“네가 수놈이라도 상관없다. 내 마음에 들면 내 것이고 각인을 새겨 내 곁에 둘 뿐이지.” 대제국 르바하드 제국의 폭군 늑대 황제 라하드 마음에 든 건 병약한 다 죽어가는 토끼 왕자 제이든이었다. 날 때부터 다른 형제보다 약하게 태어났다고 하여 배척당한 서러운 막내 왕자, 성인식을 치르는 그날. 대륙에서 악명 높은 전쟁광, 전장의 살인귀라 불리는 폭군 르바하드 황제가 직접 찾아왔다. “소문대로 아름답군. 널 내 황후로 데리러 왔다.” 짙은 흑발에 피처럼 붉은 적안 압도적인 덩치. 말이 좋아야 황후지, 육식 수인에게 초식 수인은 장난감에 불과할 게 눈에 뻔했다. 하지만 폭군 황제 앞에선 힘없는 토끼 수인이었다. “이 왕국을 위해서 황제의 명령을 따르거라.” 끝까지 제 편은 아무도 없던 고향을 떠난 제이든은 모든 걸 포기하고 르바하드 제국에 도착했다. “넌 이 제국의 황후다. 내가 널 이 대륙에서 가장 고귀한 토끼 황후로 만들어 주지.”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다가 잡아먹거나 죽이겠거니 했지만 악명 높은 폭군이라고 하기엔 늑대 황제는 한없이 다정한 남편이었다. “아, 아앗! 폐하! 아, 안 들어갑니다! 찢어져요!” “쉬, 진정해. 들어가라고 있는 거다.” 그날을 시발점으로 황제 품에 안겨 우는 날이 많아졌다. “황후는 참 따뜻하군. 평생 이 안에서만 살고 싶을 정도야.” “흐읏…… 폐, 폐하!” “황후는 내 품에 안겨서 울 때가 가장 아름답지.” 쉴 새 없이 각인을 새기는 늑대 황제의 품에서 오늘도 토끼 황후는 아름답게 자지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