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과 기마민족이 지배하는 초원, 그 패권(覇權)을 건 격돌을 앞둔 거대한 두 나라,
살랍과 능고.
살랍의 내란을 제압하고 새로이 떠오르는 살랍의 푸른 늑대, 태괄.
무패의 맹장이자 동의 맹호, 능고의 여환.
무명(武名)과 위명(偉名)의 두 왕자가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운 전쟁을 시작하며, 양국의 운명을 건 회전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있는 드넓은 초원의 주인인 각족, 일가가 몰살된 뒤 홀로 남아 그들을 이끄는 족장의 후계자이자 여환의 약혼녀 호련.
결혼을 앞둔 여환은 태괄과 일전을 벌이고, 그런 여환을 패퇴시키고 혼례식장을 정복한 것은 여환의 적이자 적장인 태괄.
“자, 이제부터 아가씨는 내 포로야. 동시에, 여환의 약혼녀이자 이 각족 족장의 유일한 후손이지. 그러니 아가씨, 이제 나하고 긴 이야기를 해야 될 거야.”
“거래라도 하자는 건가.”
“아가씨, 아가씨는 졌어. 패자는 거래를 할 수 없어. 내놓을 것만 있는 거지. 무엇을 내놓느냐에 따라, 얼마나 잘 졌는지가 결정되지.”
2권)
“물어볼 게 있어, 아가씨.”
“뭐든 물어봐.”
“내가 정말 나쁜 놈이면 어쩔 뻔했어?”
“아니잖아.”
“내가 정말 형편없는 놈이었으면?”
“그런 건 생각하지 마. 당신이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걸 택하지 않았어. 이미 오래전에 도망쳐 내 고향으로 돌아갔을 거야.”
태괄의 눈 너머로 반짝임이 보였다. 햇살을 받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찬란하고 눈부시다.
“그날 강에서 보고 내내 아가씨를 생각했지.”
태괄이 속삭였다.
항상 기억하고 있었던 건가.
태괄의 손이 볼을 만지고 머리카락을 넘겨주고 귓불을 쓸어내렸다. 달아오르는 호련의 목덜미와 두근거리는 맥박을 느낀 듯 그 손가락이 목덜미에서 멈추었다.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나는 돌이키고 돌이키지. 당신의 눈과 목소리와 가만히 내쉬는 숨소리를…… 그 하나하나가 통증이 되는 순간을.”
여환이 있으면 살 수 없듯이.
당신이 있어야 살 수 있겠지.
……당신이야말로 창궁 아래 단 하나……!
창궁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