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린 2(완결)

최은경

Mar 2019 · 더 로맨틱

About this ebook

“죄인이냐.” “그렇다 하더이다.” “무슨 죄냐.” “두 목숨을 죽였다 하였소.” 활록은 황제의 명으로 간 북옥에서 한 여인을 마주한다. 그녀의 이름은 장린, 그녀는 살인죄로 갇혀 있었다. “나는 아무도 죽이지 못했소.” “죽일 수 있었다면?” “죽였소.” 무죄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토로 하는 장린, 활록은 그녀를 옥에서 데려온다. “오로지 복수를 위해 붙어 있을 뿐인 목이옵니다.” “누가 그대의 목이라 하였던가? 달아날 목은 바로 내 목이란 말이지.” 활록은 장린으로 인해 위험에 처했음에도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는데…… [본문 내용 중에서] “진짜 벗을지는 몰랐소.” “하라시면 뭐든 합니다.” “내칠까 봐?” “뭐가 더 있겠습니까?” “쯧!” 활록은 거침없는 장린의 대답이 못마땅한 듯 짧게 혀를 차고는 채신머리라고는 없이 자신의 공치사를 줄줄 늘어놓았다. “과인은 그래도 의원에게 한참 안 걷다 다시 걸으려면 신발을 벗고 자극을 많이 받는 것이 좋다는 것까지 알아 왔는데 그 대답 한 번 상냥하오.” “그리 하라 하시면 합니다.” “그 대답은 더 마음에 안 드오. 아, 마음에도 없는 송구하다는 소리 따윌랑 마시오. 경고요.” 강압과는 거리가 먼 주의만 준 활록이 산책을 청했다. “걸읍시다.” 활록이 앞장서고 장린이 한 발 뒤에 서서 걸었다. 말도 없이 열다섯 발짝쯤 걸었을 때 활록이 불쑥 장린에게 물었다. “축첩은 무방하오?” “아니 됩니다.” 활록이 베푼 은혜로 자유의 몸이 되고 아내까지 되었으니 첩을 열 명, 스무 명을 들인다 해도 넙죽 엎드려야 할 처지. 그런데도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불가를 외치고서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장린에게 활록은 짐짓 놀란 눈을 해 보였다. “한 명도?” “예.” 활록은 불만을 토로했다. “너무 야박하다 생각하지 않소? 그래도 한 명쯤은 아량을 베풀어 줘야지.” “죽일 것입니다.” 살인죄로 목이 달아날 뻔했던 것을 잊은 것인가? 장린은 대뜸 첩을 죽이겠다고 선언했다. 막무가내는 아니었다. 정인에게서 버림받는 것은 대물림.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러했듯 장린 역시 정인으로부터 배신당하고 누명까지 썼다. 하여 버려진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하고 두려운 것인지 알기에 첩을 살려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른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면 먼저 마음을 주었던 여인을 죽이지 못해 안달을 하는 것이 사내이니 먼저 죽이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음입니다.” 활록은 장린의 제물로 자신을 찍었다. “나를?” “그럴 리가요. 지아비 잃은 제후의 아내보다는 살아 있는 제후의 아내가 백 번, 천 번 나은 것을요.”

About the author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 재미있는 사람, 그리고 잘 웃는 사람. 자판 치느라 지문이 벗겨진 사람. 밤이 낮같은 야행성이 강한 묘한 사람. 늘 기도하는 사람. 최은경 프리실라. 출간작 : 〈내겐 너무 힘든 그녀〉, 〈무휘의 비〉, 〈다정다감〉, 〈현주효영〉, 〈3%의 사랑〉, 〈포춘쿠키〉, 〈섬라곡국 이야기〉, 〈청실홍실〉, 〈파란만장 미스 왕〉, 〈애흔〉, 〈디스코〉, 〈마이 레이디〉, 〈메모라이즈〉, 〈여우보다 늑대〉, 〈향몽〉, 〈팔미에〉, 〈화월〉, 〈눈물아 멈춰줘〉, 〈리틀 닥터>, 〈취중담화〉, 〈1965, 서울〉, 〈아로하〉, 〈격애〉, 〈애담〉, 〈샤이닝스타〉, 〈블루하와이〉, 〈홀드 미〉, 〈청춘무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