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부모와 이별해야 하는 모든 이를 위한 성장소설
『완득이』부터 『위저드 베이커리』, 『싱커』, 『내 이름은 망고』에 이르기까지 매회 주목받는 작품들을 출간하며 우리 청소년문학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져 온 창비청소년문학상의 다섯 번째 수상작이 출간되었다. 김이윤 작가의 장편소설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은 상실의 경험을 통해 더욱 단단하게 성장하는 여고생 여여의 이야기로, 담담하면서도 당차게 시련을 이겨 내는 여여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은 문학의 가장 큰 역할은 역시 ‘감동의 전달’이라는 초심을 환기시켰다. 엄마와 단둘이 살아온 주인공 여여에게 엄마의 암 선고는 지독한 슬픔이고 불행이지만, 엄마의 투병 시간은 여여에게 스스로를 돌보며 엄마와 헤어질 준비를 하는 독립의 시간이 되어 준다. 천애 고아가 되는 주인공이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게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속 여문 인물로 성장한다. 다채로운 기법이나 화려한 문장을 구사하지 않는 소박한 작품임에도 작은 결들이 모여 자아내는 울림이 둔중했다. 매우 건조한 문투는 화자의 캐릭터를 선명하게 부조해 냈으며, 통속적으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견뎌 내는 작가의 시선이 깊고 때로 신선했다. 이 작품은 언젠가는 부모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세상의 모든 자식들에게 내미는 위로의 손길이다.
전성태 황선미 오세란 박숙경(심사위원)
상실의 경험을 담담하게 그려 낸 성장소설
청소년기에 누구나 겪는 성장통 중 하나가 상실의 경험이다. 가족이나 친구, 선생님 등과 헤어지는 경험을 통해 청소년들은 상처받기도 하지만 결국은 부쩍 자라나게 마련이다.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은 주인공 여여에게 닥친 여러 가지 상실의 상황을 보여 준다. 불치병에 걸린 엄마, 딸의 존재조차 모르는 아빠, 남자 친구와의 이별 등 열여덟 살 여여에게는 녹록한 일이 하나도 없다. 김이윤 작가는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루하루 꿋꿋이 살아내는 여여의 모습을 차분히 그려 냄으로써, 힘든 순간 또한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삶의 흔적으로 남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중에서 여여는 청소년 경제 캠프를 통해 아빠인 서 이사를 처음으로 만난다. 서 이사는 강의에서 “인생은 외발자전거 타기와 같다.”며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있는 외발자전거처럼 실패와 후퇴도 삶의 일부라고 말한다. 여여는 아빠의 말을 되새기며 외발자전거 타는 법을 익히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 자신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여여의 모습에서 밝은 미래가 엿보인다.
무거운 소재를 이겨 내는 주인공의 건강한 활력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 여여의 캐릭터이다. 차분하면서도 강인한 여여의 캐릭터는 주인공이 처한 위기 상황과 맞물려 더욱 빛을 발한다. 목이 메는 깊은 슬픔 속에서도 “나는 반짝이기 위해 혼자 서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여여의 긍정적인 태도는 소재의 무거움을 효과적으로 버텨 낸다. 여여는 곧 엄마를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목 놓아 울거나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생활을 꾸려 나간다. 엄마는 시골집으로 요양 가고 혼자 남은 집에서 여여는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 드럼 강습도 받고 좋아하는 선배와 데이트도 하면서 홀로 설 날을 차근차근 준비한다. 이별의 아픔을 삼키며 스스로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여여의 건강한 활력 덕에 자칫 통속적으로 읽힐 수 있는 주제가 신선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언젠가는 부모와 이별해야 하는 모든 이에게 내미는 위로의 손길
세상의 모든 자식은 부모와 이별할 수밖에 없기에, 여여와 엄마의 이별은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아픔이다. 창비청소년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읽고 ‘내가 세상을 떠나도 내 아이도 여여처럼 잘 살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불안을 다독일 수 있었다며, 부모의 그늘 아래 있는 자식이건, 자식을 보듬고 있는 부모이건 이 책을 통해 묵직한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작가 김이윤은 이 작품이 겪어 보지 못한 일이 닥쳤을 때 생기는 두려움과 무슨 일이 벌어질까 봐 미리 두려워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제목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은 프랑스 시인 랭보의 시구 “그 일이 지나갔다. 이제 나는 아름다움에게 인사하는 법을 알고 있다.”에서 따온 것이다. 여여가 마주해야 했던 아픔도 다 지나갔다고, 이제 여여는 낯선 두려움에 인사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여의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 독자들 역시 앞으로 닥쳐 올 미지의 감정들에 겁먹지 않고 당당히 맞서기를, 저마다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Changbi Publishers
1978년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라디오, 교양 TV, 드라마 등의 분야에서 방송 작가로 활동해 왔다. 『내 이름은 망고』로 제4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