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와 눈이 마주친 순간 열 살의 나오코는 운명 같은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바로 가족이 될 거란 예감을…!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라 불리는 동물,개. 어린 시절 기억나는 동물 친구를 꼽으라 한다면 많은 이들이 개를 제일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우리집 무쿠, 못 보셨어요?』는 작가 타카기 나오코가 어린 시절 우연히 만나 16년간 함께 지냈던 개, 무쿠와의 인연을 그린 자전 만화에세이다. 어느 날 불쑥 나타난 천덕꾸러기 개가 조금씩 가족의 울타리로 들어와 그들의 곁을 지키다 마침내 먼 곳으로 떠나기까지, 그 모든 순간의 이야기가 보는 이들을 울고 웃기다 마침내 황금빛 추억으로 물들인다.
어린 나오코가 학교에서 마주친 떠돌이 개 무쿠를 집에 데려오면서부터 그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 날 초등학교 5학년생 나오코의 교실에 떠돌이 어린 개 한 마리가 불쑥 들어온다. 우연히 이 개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에 이끌린 나오코는 그만 개를 집으로 데려오고 만다. 부모님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티는 나오코와 개. 귀엽기는커녕 애교라곤 조금도 없는 이 개와 가족들이 조금씩 미운 정을 쌓아갈 무렵… 갑자기 개가 사라지고 만다. 개는 어디로 간 걸까? 이 개는 무사히 나오코의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떠돌이 개에서 가족이 된 개,
무쿠와 함께 울고 웃었던 16년의 기록
『우리집 무쿠, 못 보셨어요?』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무쿠다. 개가 주인공인 만화 중에 이처럼 매력 있는 주인공이 또 있었을까 싶다. 사나운 눈매에 부스스한 털, 사람만 보면 짖어대는 애교 빵점 잡종 개 무쿠. 흔한 재주 하나 없으면서 게걸스러운 식탐을 부리고, 목줄을 벗고 달아나 온 동네를 신나게 뛰어다니다가 태연히 집으로 돌아오는 등, 사랑스러운 ‘애완견’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인 뻔뻔하고 능청맞은 무쿠의 모습이 볼 때마다 웃음을 터트린다. 때론 심한 말썽을 부려 얄미울 때도 있지만 무쿠는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가족’이었다.
‘가족´이 된 개는 동물 그 이상의 존재이다.『우리집 무쿠, 못 보셨어요?』를 읽다보면 개와 가족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새삼 실감난다. 무쿠는 비록 혈통 좋고 영리한 개는 아니지만 나오코에겐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나오코에게 나만의 방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초대한 것도 무쿠였고,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속 편히 털어놓은 것도 무쿠였다. 나이 들어 쇠약해진 무쿠를 끌어안고 ‘노견은 노견의 사랑스러움이 있다’고 하는 나오코의 말에선 오랜 세월을 함께 쌓아온 단단한 애정과 믿음이 묻어난다.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개와 사람 사이에서도 애정과 믿음이 생길 수 있음을 나오코와 무쿠는 잘 보여준다.
배경이 80년대이다보니 같은 세대의 독자들에겐 어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학교 마치고 군것질하러 다니거나 만화잡지를 잔뜩 사서 낄낄거리며 읽던 일, 마음 맞는 친구와 교환일기를 쓰던 일 등 ‘맞아, 그랬었지’ 하고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장면들이 가득하다. 개를 기르는 방식 또한 요즘과는 사뭇 달랐다. 당시 ‘개’라 하면 집 마당에서 가족들이 먹고 남긴 밥을 먹으며 개냄새 폴폴 풍기는 개집에 사는, 이른바 잡종 똥개가 대다수였다. 그런 녀석들이 많이 자취를 감춘 요즘, 『우리집 무쿠, 못 보셨어요?』 속 무쿠의 모습은 아스라이 기억 저편에 살고 있는 녀석들을 다시 한번 불러온다.
『배빵빵 일본 식탐여행』『얼렁뚝딱 홈메이드』
타카기 나오코의 자전 만화에세이!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어린 나오코의 모습 또한 이 만화의 중요한 기둥 중 하나다. 무엇을 해도 서툴러 자신감이 없던 나오코가 그림에 대한 열정을 깨닫고 만화가를 꿈꾸는 학창시절을 거쳐, 마침내 일러스트레이터로 데뷔하기까지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가볍지 않게 그려진다. 그리고 고민하고 방황하는 나오코의 곁에는 항상 무쿠가 있었다. 그 옛날 갈 곳 잃은 어린 개를 나오코가 지켜주었듯 이번에는 힘들어하는 나오코의 곁을 무쿠가 묵묵히 지키며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준 것. 서로 다른 시간의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과 개가 오랜 세월 서로를 지탱해주는 모습이 말로 다 할 수 없는 묵직한 뭉클함을 선사한다.
타카기 나오코는 자신의 일상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만화를 많이 그려왔는데, 『우리집 무쿠, 못 보셨어요?』는 그 전작들의 프롤로그와도 같다. 이 책에는 그녀가 도쿄로 홀로 떠나와 일러스트레이터로 성공하기까지의 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확고한 인기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녀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떤 불안과 고민을 견디며 살아왔는지를 이 책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집 무쿠, 못 보셨어요?』를 보고 나면 그녀의 이전 책들이 보다 각별하게 느껴진다.
『우리집 무쿠, 못 보셨어요?』는 우리집 개 무쿠에 관한 추억담인 동시에 타카기 나오코라는 한 사람의 성장담이라 할 수 있다. 또 가족 간의 따스한 정을 향한 가족 예찬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에 대한 짙은 향수와 저마다의 기억 속에서 힘차게 뛰놀고 있을 ‘그 개’를 떠올리게 할 『우리집 무쿠, 못 보셨어요?』. 책을 펼치고 나오코, 무쿠와 함께 그때의 추억 속으로 물들어보자.
1974년 미에 현 출생. 일러스트레이터. 중고생 시절 만화가를 꿈꿨고, 그후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를 목표로 홀로 상경함. 2003년 일러스트 에세이『150cm 라이프』로 데뷔. 저서로는 『150cm 라이프』『혼자살기 9년차』『마라톤 2학년』『나홀로 여행』『배빵빵 일본 식탐여행 한 그릇 더!』『얼렁뚝딱 홈메이드』등 다수. 처음으로 키운 반려동물은 닭 ‘꼬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