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화가 표장호 화백의 딸.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아 아버지의 뒤를 이을 미술계의 거목으로 주목받지만, 결혼과 동시에 작품 활동을 중단한다.
남편은…… 지원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에겐 오래전부터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지만, BS그룹 회장이자 아버지의 뜻을 꺾지 못해 지원과 결혼했을 뿐이었다. 남편 영준은 경고했다. 널 위한 내 마음의 곁은 없을 거라고. 네가 선택했으니 네가 감당하라고.
남편의 무관심과 조롱 속에서 그녀는 지쳐간다. 죽도록 노력해도 자신은 그저 남편의 껍데기뿐인 아내일 뿐.
그렇게 메말라가던 그녀의 눈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제이든(한국 이름 : 고진우, 35)
영준의 하버드 경영대 동창.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 LEED 사의 신생 에너지 파트 총괄 책임자. 3살에 미국으로 입양된 아픔을 가지고 있다.
LEED 사와 BS그룹의 투자 계약 문제로 한국에 들어온 열흘. BS그룹 부회장 영준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 투자를 확정 짓기 위해 그를 자신의 집에 머무르도록 권유한다.
그런데…… 불편하리라 생각했던 한국에서의 열흘이, 생각지 못한 조류에 휘말렸다.
예쁘고 아픈 여자가 눈에 밟힌다. 미련하고 안쓰러운 여자가 시선을 묶는다. 뻔히 아는데 하루하루 자라는 욕심. 영준의 실체를 확인한 이후 감출 수 없어진 마음과 그 어떤 확신.
그의 세계에서 끄집어내야겠다. 스스로 가둔 그곳에서 벗어나게 해야겠다.
제도, 시선, 상식?
그딴 건 개나 줘버려. 난 진짜를 가질 테니.
#본문 中
“당신.”
그의 손이 지원의 얼굴을 잡았다. 여린 턱이 부서질까,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돌렸다. 잔뜩 내려온 그의 얼굴과 지나치게 가까웠다. 눈동자 모양이, 색깔과 경계가, 눈가의 흐릿한 주름과 살며시 드러난 쌍꺼풀과 젖은 속눈썹이 다 보일 만큼.
“그곳에서 나와.”
늘 친절하고 예뻤고 다정했던 제이든의 눈빛이, 지금 너무나 날카롭고 무섭고 버거웠다. 그저 편한 친구처럼 생각했는데, 딱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눈빛이었다. 새까만 눈동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쭉,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그런 지배력. 압도적인. 남편 영준조차 그 앞에서 알게 모르게 고개를 숙여야 했던 그 이유.
그런데…… 그게 오히려 지원을 든든하게 했다. 어떻게든 상관없을 거란 막연한 기대도, 무모한 체념도 가능하게 할 만큼.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표지원.”
고개를 돌릴 수 없을 만큼.
“나와.”
단호하고 단단한 그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입술이 지원의 입술을 향했다. 생각은 이미 끝났다. 지원에게 좋은 쪽으로, 란 호언장담은 빌어먹을, 거짓말이었다. 제이든은 이제 지원을 원했다. 불쌍한 여자 같아서, 미련한 여자 같아서 마음이 쓰였는데 이젠 놓을 수 없는 여자라서, 돌아설 수 없는 여자라서 가져야겠다.
물리적인 시간은 확신 앞에서 어떤 힘도 갖지 못했다.
그랬다. 확신.
“난…….”
살짝 닿았다 떨어진 입술이 뜨거웠다. 그녀의 목덜미에서 나던 향은 입술에서도 났다. 이 여자의 살냄새였다. 그는 절대 모를.
단언컨대, 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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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