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여러 시대별 나라의 문화를 참조한 가상시대물입니다. 폭력 및 강압적 관계 등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세화의 인생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처박혔다. 역적죄인의 친족으로 노비가 되어 왕부에 끌려온 계집의 삶은 뻔했다. 주인 된 이는 그녀의 혼약자, 아니, 옛 혼약자이자 집안을 도륙한 원수인 유친왕 훤. “주...... 주인님.” 비참해진 삶에 가까스로 녹아들 때쯤 주인의 아이를 가졌다. 세화는 더한 나락으로 꼬꾸라졌다. “아, 아기가 보고 싶습니다.” 숨이 막혔다. 가까스로 살아 숨 쉬는 그녀의 목을 틀어쥔 채 옛 혼약자가, 주인이, 야차가 웃었다. “설마 네 배로 낳았다 고집을 부리는 건 아니겠지?” 어디까지, 언제까지 견뎌야 하나. 노비는 감히 주인에게 묻지 않았다. 그저 견디고 견디며 모래알만큼 작게 산산조각 나 흘러내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