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와 포크너, 프루스트와 울프를 집약시킨 라틴 아메리카의 고전
『페드로 파라모』는 카를로스 푸엔테스나 옥타비오 파스와 같은 작가들을 비롯한 수많은 비평가들에게서 극히 ‘예외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현대 멕시코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1967년에는 영화화되었고, 다양한 음악의 테마가 되는가 하면,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읽히고 있다.『페드로 파라모』 이후 룰포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절필에 가까운 침묵을 지켰는데, 이를 두고 라파엘 콘테는 “(후안 룰포가 다른 작품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이 작품은 모든 문학의 자식이자 요약이며 정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신화와 전설이 되어버린 『페드로 파라모』를 마지막 작품으로 남기고 룰포는 비교적 덤덤한 생활을 영위하다 멕시코시티에서 세상을 떠났다.
후안 룰포
1917년 멕시코의 아뿔꼬에서 태어났다. 멕시코 혁명의 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끄리스떼라 반란을 겪으며 어두운 유소년기를 보냈다. 차례로 부모를 여읜 뒤 친척 집을 전전하며 학업을 계속하려 했지만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으로 그쳤다. 1936년부터 내무부 이민국에서 근무하면서 틈틈이 습작 활동을 했고, 1953년 간결한 문장으로 멕시코의 민중들의 삶을 다룬 단편집 『불타는 평원』(1953)를 발표했다. 이 단편집에서 룰포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비롯한 다양한 문학적 실험을 시도했는데, 이는 『뻬드로 빠라모』(1955)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뻬드로 빠라모』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후 절필에 들어가다시피 한 룰포는 영화 제작과 사진에 눈을 돌려 시나리오 작품집 『황금 수탉, 영화 텍스트』(1980)와 사진 작품집 『지하 세계』(1981)를 출간했다. 1970년 국가 문학상, 1983년 스페인의 아스뚜리아스 왕자상을 받았으며, 1986년 멕시코시티에서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