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자부심

· 소설Q Գիրք 15 · 창비 Changbi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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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하고도 섬세한 언어로 그려낸 프리랜서 여성의 삶

오늘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작은 자부심을 품고 일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소설

 

첫번째 소설집 『가만한 나날』(민음사 2019)로 “승리도 패배도 없는 우리의 나날들을 소소하지만 묵직한 여운이 남도록 다루는 작가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평을 받으며 제37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세희가 신작 소설 『프리랜서의 자부심』을 펴냈다. 창비의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다섯번째 작품이다. 우리 삶에서 일은 무엇인지 또 인생의 충만감은 어디에서 오는지, 일을 통한 단단한 성장의 과정을 김세희 특유의 단정하고도 섬세한 언어로 담아냈다. 일에 몰입해 스스로를 잃어버렸지만 또다시 일을 통해 꿋꿋이 일어서는 프리랜서 여성의 분투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일에서 번아웃을 경험한 독자, 또 일에서 성취감을 얻고 싶은 독자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폭넓은 메시지를 담았다.

한 사람의 인생에 수많은 영향을 미치는 일. 그래서 우리는 일 때문에 마음이 무너져내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더 잘해내고 싶은 열망을 끝내 포기하지 못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나 삶을 열어나가는 소설 속 인물이 보여주는 ‘자부심’이라는 키워드는 주체적이고도 행복하게 일하고 싶은 사람들 곁에서 응원의 목소리로 울려퍼질 것이다.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빛나는 자부심

그 일하는 마음에 대한 순도 높은 이야기

 

중앙일간지 기자로 일하며 자부심을 가져온 하얀은 고된 직장생활과 선배와의 갈등으로 공황장애 발작을 경험한 뒤 퇴사한다. 공황장애가 잦아들 무렵 가까운 선배의 제안으로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하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나가는데…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새로 맡게 된 희성교육대학 전시회 기획 업무는 직장생활과 프리랜서 생활 사이에서 혼란을 겪었던 하얀이 프리랜서로서 처음 자신의 위치와 일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계기가 된다.

대학신문을 참고하여 전시의 내용을 정리하고 전시글을 작성하는 업무를 진행하며 1987년 6월 민주항쟁 전후 전국의 대학생 열사들에 대해 조사하게 된 하얀은 그중 ‘최영희’라는 인물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는다. 그는 6월항쟁이 일어나기 반년 전에 하숙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육대 학생으로, 그가 남긴 유서에는 정권에 저항하는 뜻이 아닌 암울한 시대에 방관하는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는 문구만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열사’ 칭호를 얻지 못한 최영희를 이번 전시를 기회로 재조명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 하얀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최영희에게 깊이 감응한다. 일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이 무너져버렸던 하얀은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일하는 프리랜서 생활에 적응하는 듯싶지만 바로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다는 소외감에 종종 상처를 받기도 한다. 때문에 학교에 소속된 교사라는 직업이 아닌, 가르치는 일 자체에 열정을 가졌던 최영희의 삶에 더 집중하게 되었을지 모른다. 최영희의 후배들이 그를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얀은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마무리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사명감을 가진 교육자로서 암울한 시대 현실에 괴로워하던 양심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어디에도 그 이름이 남지 않은 최영희의 자리를 만들어주고자 했던 하얀의 최선은 곧 스스로의 자부를 세우는 기회가 된다. 소설의 말미에 하얀이 스스로에게 남기는 나직한 찬사는, 스스로를 보호하며 일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한 인물이 회복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세상에 올 굿은 없어요. 그리고 올 굿이어야 굿인 것도 아니고요.”

 

하얀의 엄마는 학업 성적이 뛰어나 서울로 대학을 간 딸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런 딸이 신문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야 할 때는 “마치 내 자식은 불효자거나 심지어 전과자라고 말하는 것처럼 부끄러워”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높은 학교까지 나와서, 왜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엄마는 하얀의 결혼 소식에도 “돈 많이 벌어서 엄마랑 여기저기 여행 다니고 뉴욕도 가고 그럴 줄 알았더니”라는 말로 실망을 내비칠 뿐이다. 한편, 평범한 웨딩홀에서의 예식을 원하지 않았던 하얀은 스몰웨딩을 계획하지만 이내 자신이 결혼식에 대한 많은 것들을 그저 상상만 해왔다는 걸 깨닫는다. 자식의 달라진 위치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하얀의 엄마처럼 하얀 또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소설은 이렇듯 삶의 조건이 변화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현실적 문제들을 녹여냄으로써 하얀의 고민과 성장의 궤적을 더욱 입체적으로 형상화한다.

공황장애를 겪는 하얀에게 심리상담을 해준 상담사는 모든 것이 좋고 완전한 “올 굿(All Good)”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하얀은 모든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의 살을 깎아내며 주어진 일을 탁월하게 해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조직 안에서 일하는 한 평가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더 잘해내고 싶은 열망, 더 잘해내야 한다는 내면의 목소리를 실망시키는 것이 내겐 몹시도 힘든 일이었다.(67면)

 

하얀은 또한 ‘이름을 걸고 일한다’는 기자 시절의 철칙에 익숙한 사람이지만 어디에도 이름이 남지 않을 프리랜서 업무에 마음을 걸고 만다.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그 경험은 도리어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강한 확신이 되어 돌아온다. “올 굿이 아닐지라도 지금 가진 것들로 삶을 꾸려나”가는 방법을, “계속해서 앞을 보고 살아”가는 감각을 비로소 익히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하얀은 자연스럽게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설령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라 해도 스스로 성심을 다했다면 이름표보다 더 빛나는 자부심이 남는다고 이 소설은 말한다. 그때 마음을 다해 일한 시간은 훗날 단단한 자부가 되어 우리의 존재를 꼿꼿하게 세워줄 것이라고도.

김세희가 선보이는 이 섬세한 회복의 서사는 일하는 모두가 마주할 법한 삶의 현장을 자기만의 스타일과 감각으로 새롭게 가공하여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다채롭고도 보편적인 이야기는 오늘 하루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붙들고 있는 모두에게 찬란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차례

프리랜서의 자부심

 

작가의 말

 

책 속에서

내가 만난 클라이언트 쪽 실무자들은 대체로 유능하고 세심했다. 그들은 나와 소통하며 작업 스케줄과 업무 내용을 조정했다. 인터뷰 자리에 실무자가 동행하는 경우도 가끔 있었지만, 실제로 얼굴을 볼 일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구직사이트에서 일감을 확인하고 지원하는 절차부터 계약 체결과 이후 일의 진행까지, 모든 단계의 소통은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한 사람의 프리랜서로서 직접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가고 있다. 직거래를 하러 길을 떠나는 농부가 된 기분이었다. 손수 재배한 농작물을 트럭에 싣고 시장으로 향하는 농부. 다른 점이라면 농작물과 달리 평판과 능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일까. 오늘은 업무 범위부터 방식까지, 구두로 의뢰인을 상대하고 흥정까지 마쳐야 했다.(17면)

 

그들 곁에 조용히 앉아 있었지만, 나는 그들이 하는 말을 빠짐없이 들었다. 두 사람이 이 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얼마나 열정을 갖고 있는지 느껴졌다.

몸담은 공동체가 있고 그 공동체의 역사에 자부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 뜻밖에 나는 조금 부러움을 느꼈다. 날카로운 아픔이 느껴지는 부러움이었다.(34면)

 

돌이켜보면 기자라는 직업은 내 자부심의 원천이었다. 나는 내가 ‘여자’라는 점을 의식하며 살듯 나 자신이 ‘기자’라는 사실을 매 순간 느끼며 살았다. 내 인생은 일을 중심으로 했다. 공간 한복판에 거대한 쇠공이 놓인 것처럼, 나라는 존재는 일을 중심으로 휘어 있었다.

어느 날 자정이 되도록 일감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이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야.(66면)

 

조직 안에서 일하는 한 평가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더 잘해내고 싶은 열망, 더 잘해내야 한다는 내면의 목소리를 실망시키는 것이 내겐 몹시도 힘든 일이었다. 아마 지금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잠을 줄여가며, 스스로의 살을 깎아내며 주어진 일을 탁월하게 해내려 애쓸 터였다.

어쩌면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을 너무 진지하게 여겼기 때문일지도.(67면)

 

“하얀씨는 어떤 것이 좋으면 전체가 다 좋기를 바라네요. 하나라도 나쁜 부분이 있으면 완전하지 않은 것이고요. 올 굿.”

“네?”

나는 알아듣지 못하고 되물었다.

“올 굿(All Good)요.”

상담사가 말했다.

“세상에 그런 건 없어요. 그리고 올 굿이어야 굿인 것도 아니고요.”(67~68면)

 

출퇴근에서 해방되면 생활이 무너지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 혼자서도 성실하게 일상생활을 하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꼬박꼬박 일을 했다. 오히려 일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는 게 아직도 낯설었다. 드로잉이나 우쿨렐레, 소품 만들기 등 원하면 들을 수 있는 수업이 많은데도 그게 쉽지 않았다. 내게 일보다 어려운 건 휴식이었다.(88면)

 

올 굿은 없다. 올 굿이 아니어도 굿일 수 있다. 나는 되뇌었다. 올 굿이 아닐지라도 지금 가진 것들로 삶을 꾸려나간다. 계속해서 앞을 보고 살아간다. 지나친 심각함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안간힘을 쏟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끊임없이 기대치를 낮추고 조정하면서.(153면)

 

 

작가의 말

나는 주변 친구들에 비해 조금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졸업을 앞두고 회사에 들어갔고, 3년가량 일하다가 퇴사했다. 다시 회사원이 되지 않겠다고 결심한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그 이후로 지금까지 프리랜서라는 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다. 특히 전업작가가 되기 전 몇년간은 여러 일감을 찾아다니며 생활비를 벌었다. 그 시기의 경험과 감정들이 이 소설을 쓰는 데 영감이 되었다.

후반부를 구상하게 된 것은 6월 민주항쟁 전후 시기 전국의 대학생 열사들에 대해 알게 되면서부터다. 특히 여성 열사들에 대해 알게 되면서 ‘최영희’라는 허구의 인물이 내 안에서 점점 또렷하게 형상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공동체에 작은 흔적을 남겼으나 온당하게 기억되지 못한 인물. 자신의 일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여겼던 사람. 최영희라는 인물은 철저히 창작된 인물이다. 유서나 추모의 글, 죽음을 둘러싼 정황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당시 누구보다 시대를 민감하게 느끼고 아파했던 이들의 삶과 고민이 있었기에 그들과 같은 공기를 호흡하며 고뇌한 한 인물을 떠올릴 수 있었다는 점은 밝혀두고 싶다.

이 소설에서 ‘프리랜서’란 하나의 삶의 방식인 것 같다. 한 사람이 자기 자신, 그리고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 나는 하얀이 새로운 삶의 방식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동시에 그것이 과거 자신이 택한 방식을 부정하거나 평가절하하는 식이 아니었으면 했다. 프리랜서의 삶을 택했다고 해서 회사원들의 삶을 부정할 필요는 없는 것처럼. 나의 일부로 포함할 수는 없다 해도, 여전히 우리는 어떤 삶의 방식들 앞에 경의를 표할 수 있다. 이야기 속에서 하얀이 좀더 편안하고 단단해진 것 같아 마음이 좋다.

 

작가로 데뷔한 지 올해로 8년 차다. 이번 책을 묶으면서 그간 독자분들에게 받은 메시지들을 떠올렸다. 특히 몇몇 독자들이 보내준 감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들을 하면서 하루하루 갈팡질팡 사는구나’라는 걸 알게 되어 위로를 받았다는 메시지였다. 요즘 나는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게 전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건 사소해 보이지만, 소설이 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런 위로를 전하는 글을 쓰고 싶고, 계속 그 길을 걸어갈 용기를 내고 싶다.

이제 『프리랜서의 자부심』을 세상 속으로 떠나보낸다. 부디 이 작은 책이 어떤 분들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란다. 특히 하루하루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이들에게, 스스로를 달래고 격려하며 작은 자부심을 품고 일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소설이 응원이 되면 좋겠다.

2022년 8월

김세희 


Հեղինակի մասին

소설가 김세희(金世喜)는 2015년 『세계의 문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가만한 나날』,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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