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어엿한 성인이 될 때까지 그와 여섯 살에 했던 결혼 약속을 굳게 믿었지만,
오랜만에 재회한 무진은 그런 적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기 바빴다.
이해할 수 없었다. 호정이 울면 안타까워 절절매는 눈빛을 보이면서,
그녀가 아프면 잠도 못 자고 곁을 지키고 있으면서, 그는 호정을 밀어낸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던 그녀는 무진을 향한 개수작 열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잠시 흔들리는 감정과 욕망에 대의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마음을 다잡던 무진은 어느덧 그녀의 개수작에 말리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처음부터 통했을지도 모른다. 호정을 다시 봤을 때부터 그녀를 가지고 싶은 일관된 욕망에 괴로웠으니까.
“오늘 같이 자. 이번엔 정말 개수작 아니야. 난 평생 오빠만 사랑했는데, 첫 키스, 첫 경험은 꼭 오빠랑 하고 싶어.
그런 그녀가 마지막으로 하룻밤만 같이 보내자고, 그를 유혹한다.
무진은 직감했다. 선을 넘는 순간 둘의 상황은 완전히 역전될 것임을.
*
호정이 다짜고짜 그의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녀의 혀는 날름거리며 그의 입안을 마구잡이로 헤집고 다녔다. 침까지 흘려가며 노력은 하는데 뭐가 뜻대로 안 되는지 숨소리에 조급함이 드러났다. 그녀는 끝내 키스도 응해주지 않는 그가 미웠다. 이제 별로 남지도 않은 한 줌의 자존심이 부서졌다.
“나쁜 새끼.”
무진은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숙여 사선으로 기울였다. 그는 그녀의 잇새를 가르며 혀를 집어넣었다. 호정이 좀 전에 하던 키스와는 영 다른 느낌이었다. 무진은 자신을 꼭 잡아먹을 듯이 거칠게 굴었다. 척추를 타고 찌릿한 전류가 흘렀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소리는 둥둥, 둥둥 북소리처럼 고막에 달라붙었다.
“하아…….”
맞물린 입 사이로 가끔씩 자신도 모르게 애타는 신음소리가 흘렀다. 호정은 잠시 감았던 눈을 떴다. 무진은 눈을 지그시 감고 그저 키스에 도취되어 있었다.
이제야 호정은 깨달았다. 자신이 그의 욕망에 방아쇠를 당겼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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