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스트의 이 희곡에서는 정의로운 일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얼마나 비양심적인 흑색선전이 행해지는지, 헤르만이 동포들에게 투쟁을 촉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간계와 거짓말을 이용하는지,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의 증오를 얼마나 체계화하고 절대화하는지 극명하게 보여 준다. 극의 구도 역시 영웅적 격정과 테러리즘이 맞물려 있음을 보여 주며, 자유 투쟁이 도덕적 타락이라는 희생을 치러야만 성공할 수 있음을 인식케 한다. 따라서 클라이스트의 <헤르만 전쟁>은 한마디로 아주 위험한, 독일적 광포에 관한 희곡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적 광포는 순수한 이상주의적 분노가 가차 없는 현실적 광포로 무섭게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헤르만이 로마인에 대항해서, 즉 클라이스트가 프랑스인에 대항해서 싸우고자 촉구하는 이 전쟁은 세속적이고 정치적인 목표를 위한 전쟁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가장 성스러운 것, 즉 자유를 위한 전쟁이다. 자유는 클라이스트 문학의 근본 모티프다. 클라이스트의 경우 특징적인 것은 그의 이상주의적 분노가 한계를 모른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는 이상주의적 분노에서 비롯된 행위에 열광한다. 인간에게 가장 심오하고 귀중한 자유를 위한 투쟁, 더욱이 억압받고 있는 민족의 자유 투쟁은 선과 악, 도덕과 인간성, 국제법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 이렇게 모든 휴머니티와 기사도 정신이 의식적으로 부인되는 데서 게르만족의 광포성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