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윤석열 정부는 이전의 문재인 정부와는 의도적으로 차별성을 부각하는 방향을 취하였다. 한미 동맹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일본과의 관계를 적극 개선하면서 중국·러시아와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 채널은 완전히 끊어진 가운데, 상호 위협과 적대에 브레이크가 사라지고 말았다.
경제 정책은 한편으로는 시장 자유를 앞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개입이 강화되는 혼란상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후퇴 속에서 거시 정책 대응의 혼란, 정책의 사법화 경향, 임시방편적·재량적인 조치의 남발, 물량 위주의 투자 위주 성장 정책으로의 회귀 등과 같은 퇴행적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동향과 전망』 118호에서 윤석열 정부 1년을 구조적으로 평가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지주형은 밥 제솝의 전략관계론적 국가 분석 틀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특이한 국가 형태, 통치 전략, 정치적 실천들을 분석하고, 무엇이 윤석열 정부의 모순과 위기 경향을 초래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김공회는 윤석열 정부가 자유와 공정을 경제 정책의 핵심 가치로 채택했다고 파악하면서 이러한 선택과 접근 방식의 적절성을 검토하는 한편, 세계 경제의 극심한 불안정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최경호는 주거 부문이 인구·공간·기후·경기의 변화 차원에서 중첩된 복합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한 후, 임대차 부문의 제도화, 공급 생태계의 다변화, 장기 저리의 공급자 금융 등 구조적 대안을 제시한다.
또 하나의 특집은 지난 117호의 연금 개혁 특집의 논의에 이어지는 토론 또는 논쟁의 차원에서 마련되었다. 남찬섭은 한국의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OECD에 비해 낮지 않다는 주장을 ‘국민연금 급여 과장론’으로 비판하면서, OECD의 2021년 계산에서는 보장성 강화론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제시한다. 주은선은 스웨덴과 한국이 비앵글로색슨 국가로서 1990년대 말 비슷한 시기에 공적연기금의 금융화 전환을 나타냈으나, 양 국가 사이에는 국가 역할, 정치적 위험도에 차이가 있다고 논의한다.
이번 호에서는 불평등 논의에 관한 서평 좌담을 게재했다. 피케티가 자산 불평등과 세습 자본주의를 비판한 이래 불로소득 자본주의를 주제로 한 연구들이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브렛 크리스토퍼스의 『불로소득 자본주의(Rentier capitalism)』가 크게 주목 받았다. 이 책은 이론과 실증 양면에서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정치경제학이라 할 만하다고 평가된다. 이에 한국어 번역 작업을 완료한 후 이병천·정준호·정세은·이후빈이 모여 책의 내용을 소개·평가하고, 한국의 불로소득 자본주의는 어떻게 연구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반 논문으로는 두 편을 게재했다. 이상영·서정렬은 최근 나타난 ‘전세 사기’의 현상을 유형별로 분석하고 이로 인한 보증보험의 반환 실태를 확인하면서, 이에 대한 최근 정부의 대응정책을 평가하고 제도 개선 등 그 대안을 탐색했다. 정준호는 2008〜2021년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엔지니어 집단을 조작적으로 정의하고 엔지니어 고용 규모를 산정하는 한편, 지역별 고용조사와 기업활동조사를 연계한 패널 자료를 구축하여 엔지니어의 상대적 고용 효과를 추정했다.
_“편집자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