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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육은 국어학이나 국문학의 연구 방법이 아닌 독자적인 국어교육의 연구 방법을 체계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어교육 연구가 내용과 방법에서 활성화될 수 있다. 국어학이나 국문학의 연구 방법만 가지고는 국어교육의 연구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의 목적은 일반적인 교육연구 방법을 국어교육에 적용시킨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국어교육 연구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국어교육을 연구하고자 하는 석·박사 과정 이상의 연구자들에게 좋은 안내서를 보이기 위한 것이다. 흔히 연구자들은 국어교육 연구 방법을 익힐 기회가 없어 연구자가 연구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구를 진행하거나 혹은 통계 조작이나 통계 해석의 오류 등으로 연구의 타당성을 떨어뜨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연구 내용의 깊이가 정돈되지 못하거나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연구 내용을 통계적 장치만으로 포장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연구의 가벼움에 대한 비난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역시 그 연구자들이 국어교육의 연구 방법을 익힐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국어교육 현장 연구들을 살펴보면, 연구자가 연구 방법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연구 설계나 연구 과정이 타당성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연구 주제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많다. 연구 주제와 문제를 밝히기 위해 그에 관련된 연구 활동을 전개해야 하는데, 연구 방법에 대해 학습을 충실히 하지 못함으로써 이러한 오류에 빠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국어교육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국어교육의 연구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국어교육이 학문적 체계를 더욱 명확하게 수립하기 위해서는 국어교육 연구자들이 연구 방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중요성과 필요성에 부응하기 위해 기획되고 집필되었다. 이 책이 모든 국어교육 연구 방법론을 완전하게 제공해 줄 수는 없겠지만, 국어교육을 공부하는 연구자들에게 국어교육 연구 방법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제공하고 체계적인 실행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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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한철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동 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미국 미조리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책임연구원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제2대학 국어교육과 교수 천경록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김명순 부산대학교 교수 박영민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이재기 조선대학교 교수 최숙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원 가경신 당진고등학교 교장 최병흔 전북체육중학교 교사 홍인선 한국교원대학교 강사 이재형 한국교원대학교 강사 임택균 한국교원대학교 강사 정미경 한국교원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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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tional Information

Publisher
박이정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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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Feb 2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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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s
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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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62923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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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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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res
Foreign Language Study / Gene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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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Prot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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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생의 어느 순간, 우리는 설명할 수 없는 결정을 한다”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정미경이 그려낸 다채로운 삶의 풍경들

오늘의 작가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2천년대 한국문학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이 된 정미경 작가의 신작 소설집 『프랑스식 세탁소』가 출간되었다. 『프랑스식 세탁소』는 그가 5년 만에 선보이는 네번째 소설집이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7편의 단편을 통해 안온해 보이는 일상의 이면에 도사린 인간의 허위의식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한편 각자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삶과의 괴리 속에서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조용히 어루만진다. 때로 “설명할 수 없는 결정”(「타인의 삶」)을 하며 살아가게 되는 우리가 진정 “우리였던 순간”(「번지점프를 하다」)이 언제였는지를 사색하는 다채로운 인물들의 삶이 작가 특유의 단단한 문장과 깊은 성찰을 통해 펼쳐진다.

단단한 문장, 깊은 사유로 일궈낸 탁월한 소설 미학

정미경 작가는 1987년 신춘문예 희곡 부문으로 등단한 이후 2001년부터 본격적인 소설 창작을 시작했지만 그 이후 누구 못지않게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왔다. 소설집과 장편을 오고 간 그간의 결과물들은 읽는 이에게 늘 그 완성도에 대한 신뢰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번 신작 『프랑스식 세탁소』 또한 하나같이 빼어난 완성도를 지닌 수작들로 채워져 있다.

표제작 「프랑스식 세탁소」는 복지재단 이사장인 ‘나’와, 그가 사보에서 우연히 접한 프랑스인 요리사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나’는 자신에 대한 순수한 존경심을 지닌 여직원 ‘미란’에게 묘한 호기심으로 접근하지만, 재단의 비리 의혹에 연루되어 수사를 받게 되자 ‘나’가 가진 능력있고 도덕적인 이미지에 타격이 갈 것을 두려워하는 미란을 은연중에 자살로 몰고 간다. 그런 그에게 요리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만으로 뜨거운 삶을 살다가 그 자부심을 훼손당하자 끝내 생을 포기한 프랑스 요리사 ‘르와조’의 이야기는 번민과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의 안온한 삶의 궤적을 바꿀 생각이 없다. 그에게 미란과 르와조의 순결함이나 열정 따위는 얼른 치워버리고 싶은 ‘바닥에 떨어진 꽃잎’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한국과 프랑스, 현실과 소설이라는 분명한 경계가 있음에도 ‘나’와 ‘르와조’의 이야기는 읽는 이의 마음을 절묘하게 하나로 휘감는다. 정미경의 소설은 진실과 거짓, 성찰과 자기기만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영역에서 빛을 발한다.(한기욱, 추천사) 작가는 『프랑스식 세탁소』를 통해 우리에게 일관된 질문을 던진다. 이 치열한 욕망의 시대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것들, 우리가 믿는 것들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 폐부를 찌르는 듯한 작가의 사유는 그래서 비교적 차분한 소설의 톤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이야기를 무척이나 강렬한 인상으로 남긴다.

그만해라.

울지 말라는 건지, 무릎을 문지르지 말라는 건지, 그녀의 삶에 던진 화두 같은 건지, 나도 모를 말이었다. 그녀의 팔 안쪽은 어린 쥐의 배내털처럼 보드라웠다. 그 느낌에 놀라 얼른 팔을 놓았던 것 같다. 한번도 내 앞에서 무언가를 우겨본 적이 없는 그녀가, 약간 튀어나온 눈으로 날 바라보며 우기듯, 앞뒤를 잘라냈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아먹게 말했지.

사람들이 뭐라건…… 내겐 좋은 분이세요. 그거면 된 거죠.(265~66면)

첫번째 수록작 「남쪽 절」은 작가가 밝힌 바와 같이 설치작품 ‘남쪽 절(南寺, 미나미 테라)’을 소재로 삼았다. 철저한 어둠 속에서 한 발 한 발 내디뎌야 하는 체험에서 느끼는 낯설고 막막한 기분은 주인공 ‘김’의 심경에 부합한다.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어서” 1인 출판사로 독립한 뒤 살아남기 위해 그는 대필 사실을 숨겼다가 문화계에서 퇴출된 과거의 베스트셀러 작가 ‘백’과의 계약을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 김에게 최소한의 신념과 이상을 포기하지 못하는 아내는 껄끄럽기만 한 존재이며, 지옥과도 같은 용산의 투쟁도 백을 만나러 가는 길을 가로막는 짜증스러운 일일 뿐이다. 그러나 김 역시 심저에서는 자기 삶의 방식에 대해 자괴감을 떨치지 못한다. 그가 자신도 모르게 계속 발길을 돌리게 되는 ‘남쪽 절’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조심스레 걸어나가야 하며, 한 점의 빛이 곧 희망의 근거가 되는 가운데 아무도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의 작은 손길로 넘어지지 않게 되는 암흑이다. 이 기묘한 어둠은 현대인의 삶의 작동방식을 상징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김이 막 계단을 올라서는데, 한 사람의 숨소리가 갑자기 도드라진다. 일정하지 않고, 토막 나고, 축축하다. 흐트러진 숨소리는 조금씩 더 거칠어진다. 우는 것일까, 설마. 흐느낌을 누르려 애쓰는 게 선명하게 느껴진다. 완고한 어둠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김은 어둠을 노려보았다. 익숙해진 들깨알 크기의 빛이 보이고, 그 빛이 벽 전체로 확산되면서 디귿자 모양의 문이 나타난다. 사람들이 걸어가고 문이 열린다. 개별성이 없는 푸르스름한 뒷모습들을 지켜보며 김은 주춤거렸다. 조금만 더, 여기 머물고 싶다. (38면)

안락한 일상의 한 꺼풀 아래에 전혀 다른 세계가 놓여 있다는 인식은「파견 근무」와 「타인의 삶」에서 더욱 극적으로 드러난다. 「파견 근무」의 화자인 ‘강’은 지방법원 판사이다. 최고의 엘리트로서 지역 유지들과 호의호식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중독된 도박의 세계에서 점차 삶이 파탄에 이른다. 그는 애초에 믿었던 철두철미한 법의 세계마저 다분히 판사의 재량에 좌지우지되는 것이라 느끼며 끊임없이 도박장으로 달려가는 상상만을 하게 된다.

이와 양상은 정반대이지만 「타인의 삶」의 인물들 또한 삶의 나락 앞에 놓인다. 의사인 ‘현규’와 결혼을 앞둔 ‘나’는 애인이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를 결심하자 어찌할 바를 모른다. 현규는 “인생의 어떤 순간에, 사람은 설명할 수 없는 결정을 할 때가 있”다고 결연히 말하지만, 그 이면엔 모르핀 중독과 얽힌 사건이 있다. ‘나’는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그 결정의 진정한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일상에 부대끼며 위태롭게 서 있는 정미경 소설의 인물들은 종종 아름다움에 집착한다. 그 아름다움은 ‘예술’로, ‘꿈’이나 ‘소망’으로, 혹은 아름다움 그 자체로 변주된다. 「프랑스식 세탁소」의 르와조에게 순결한 요리의 세계가 지고한 미적 가치이기도 했던 것과 같이 그 아름다움은 인물들에게 삶의 유일한 이유이자 목표이다. 르와조에게, 그리고 「파견 근무」의 강에게 단순명료한 도박의 세계가 그랬던 것처럼 그 아름다움이 때로는 현실의 삶을 붕괴시킬지라도 말이다.

「울게 놔두세요」의 중심인물인 ‘K’는 탈북한 피아니스트이다.

그는 “유치하고 가벼운 것들”을 마음껏 연주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단신으로 여러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한국에 들어왔다. 그러나 가난과 편견으로 K는 날마다 좌절할 뿐이다. 남루한 현실 속에 K의 꿈도,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의 가능성도 점차 멀어져간다. 「소년처럼」의 ‘박’은 금융기관에서 일하다 지방으로 좌천된 중년 남성이다. 가족들과도 떨어져 살며 회사에서 무시당하는 박의 유일한 낙은 여성 아이돌 가수의 춤과 노래를 감상하는 일이다.

그 순수한 황홀함 밖의 모든 것은 그에게 있어, 치매에 걸려 끝없이 “어디냐?”고 묻는 어머니가 손에 쥐여준 초콜릿의 찝찔한 달콤함, 뱉어버리고 싶지만 이내 천천히 녹여먹고야 마는 체념 섞인 감정뿐이다.

그런 한편 「번지점프를 하다」는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들을 다룬 작품이다. 소심하지만 순진한 남자친구와 점잖고 쿨한 중년의 미술관 대표 사이에서 묘한 갈등을 겪는 여대생 하은을 중심으로, 청년세대가 느끼는 불안함 속에서도 그들만 가질 수 있는 풋풋한 모습과 설레는 감정을 통해 삶의 희망과 용기를 전한다.

해설을 쓴 이소연 평론가의 말처럼, 정미경의 소설은 생에 내장되어 있는 복잡하고도 신비로운 이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운명 앞에 굴복하거나, 우연에 휘청거리기도 하는 인물들을 만나게 되지만, 그들이 끝내 실패하거나 고뇌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그들을 통해 역설적으로 나의 삶과 나의 현실을 다시금 차분히 되새기게 된다.

『프랑스식 세탁소』는 이 작가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문장들을 전하고 있는지, 이후로는 또 얼마나 더 단단하고 아름다워질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Changbi Publishers

정미경
소설가 故 정미경의 마지막 소설집

“미워하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들을 빼면 삶에서 뭐가 남을까.”

 

2017년 1월 18일, 작년 이맘때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모두를 안타깝게 한 소설가 故 정미경의 유고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가 고인의 1주기에 맞춰 출간되었다. 소설집으로 묶이지 않았던 근작소설 5편과 고인의 동료인 소설가 정지아 정이현, 그리고 유족 김병종 화백이 그리움을 담아 써내려간 추모산문 3편을 함께 묶었다.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최종후보작이기도 한 표제작 「새벽까지 희미하게」는 『창작과비평』 2016년 여름호에 발표했던 단편소설로, 작가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소설이다. 또한 이번 유고소설집의 문을 여는 작품 「못」은 “욕망의 끈을 붙들고 추락하는 남자와 추락할 것을 알기에 욕망하지 않으려는 여자의 쓸쓸한 삶을 정교한 언어로 직조한 수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제17회 이효석문학상 후보작으로 오르기도 했다.

“삶의 세부를 치밀하고 견고하게 새겨넣는”(해설 백지연) 작가 정미경은 “이데올로기를 현실의 삶으로 끌어들여 생생한 피와 살을 부여할 줄 아는 작가”(추모산문 정지아)였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 또한 자본주의하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과 고독을 촘촘하게 파고들어 존엄한 삶의 방식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우리 앞에 남긴다.

 

“빛들이 말한다. 너희는 웃고 껴안고 달리는 존재라고.”

삶을 향한 뜨거운 찬사, 한층 더 깊어진 소설세계

 

「못」은 “이런 단호함이 전에도 있었던가”(추모산문 정이현) 싶게 그간 읽어왔던 작가의 소설과는 조금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금희’와 ‘공’ 두 남녀의 시선을 분리해서 서술해나가는 이 작품은 “자신의 욕망에 전력으로 매달림으로써 불안을 유예하는” 남자 공과, “미리 내려놓음으로써 불안의 싹수를 자르는”(36면) 여자 금희의 이야기이다. 결국 공이 잃었던 제자리를 다시 찾음으로써 금희의 곁을 떠나고, 그와 함께 기르던 고양이를 금희가 병원에 버려두고 나오는 대목이 특히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다음. 다음이란 건 없어.”(44면)

 

인도나 동남아시아 풍의 화려하고도 조악한 꽃무늬 여름 원피스들이 놀랍도록 싼 가격표를 붙이고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곧 지나가버릴 계절의 옷들. 늙거나 젊은 여자들이 리어카 앞에 붙어 옷을 고르고 있었다. 자신의 생에서 내년 여름이라는 시간이 100퍼센트 있을 거라는 그 확신이 놀라워 그녀들을 한동안 바라보다 파란색과 꽃분홍색 옷이 걸린 옷걸이를 빼 들고는 제 몸에 하나씩 대보았다.(38면)

 

내년 여름이 반드시 있을 거라 확신하고 철 지난 여름원피스를 고르는 사람들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는 금희를 통해 “다음이란 건 없”다고 말하는 작가는 이 시점부터 무엇을 응시하고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생애 마지막으로 발표한 작품 「새벽까지 희미하게」에 이르면 그 결말이 주는 빛의 여운이 따스하게 오래 남아 작가를 더욱 그립게 한다.

다양한 불행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는 인물 ‘송이’와 좀더 윤택한 삶으로 건너가기 위해 송이의 성과를 가로채고 모른 척했던 ‘유석’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불행에도 지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는 인물 ‘송이’가 특히 인상적이다. 돈을 벌다 사람을 찌르게 돼 구치소에 가게 된 아버지와 집안에 쌓인 빚까지, 사람들은 송이의 불행이 전염이라도 될 듯 그를 피한다. 그런 송이를 마지막으로 보게 된 날 유석은 “저 여자, 앞으로의 삶도 지금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117면)라는 생각을 계시처럼 떠올리지만, “새벽까지 희미하게 떠 있던 달만큼이나” “멀고 뜬금없는 소리”(122면)를 잘하던 송이는 결코 삶에 지지 않는다. 밤의 놀이터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뜬금없고도 마구잡이로 쏟아놓았던 시간들이, 당시 가장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던 유석에게 또한 힘이 되었음을 소설은 놓치지 않는다. 그렇게 대화 아닌 대화로도, 서로를 알지 못하고 스쳐가는 관계로도, 거짓말에도 위로가 스며들 수 있다는 삶의 아이러니한 어긋남을 작가는 「목 놓아 우네」를 통해서도 여실히 보여준다. 트럭을 운전하는 여자 ‘심’이 설계기획팀에서 일하는 남자 ‘심’에게 잘못 보낸 문자로 둘은 우연히 소통하게 되고 종내에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서로의 깊은 마음까지 나누게 된다. 하지만 너무 내밀한 이야기까지 전하게 된 탓에 그들의 연결은 끊어진다. 작가는 이렇듯 인간의 욕망과 세상의 속물성을 끊임없이 마주 보면서도 무책임한 냉소나 위로에 머물지 않는다.

특정한 악인을 전제하지 않고 인물이 느끼는 불안에 다채롭게 접근하는 「엄마, 나는 바보예요」는 부르주아적 삶에 스민 욕망과 불안을 촘촘하게 고찰한 작품이다. “아침에 일어난 사고”(73면)로만 이야기되는 갑작스러운 사고는 세월호참사로 짐작되는데, 출근길 지하철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한 승객의 이야기가 보여주듯 우리는 삶의 파국을 예감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다. 그렇게 무자비한 삶의 속성을 껴안으면서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는 용기를 주는 소설 「장마」는 여행지에서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풀어놓은 작품이다. 양육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어머니의 죽음을 마주하러 낯선 도시에 온 여자 ‘윤’과 기계적인 일에 시달리는 남자 ‘장’이 함께한 하루 동안의 이야기는 삶을 향한 뜨거운 찬사로 읽히기도 한다. 어쩌면 이 소설의 마지막 대목은 작가가 우리에게 남기고 싶었을 전언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나온 삶에서, 우연히 다가온 따뜻하고 빛나는 시간들은 언제나 너무 짧았고 그 뒤에 스미는 한기는 한층 견디기 어려웠다. 그랬다 해도, 지금 이순간의 따뜻함을 하찮게 여기고 싶지 않다.(189면)

 

세상에 빛을 남겨줄 정미경의 소설

 

「장마」에서 남자와 함께 죽음의 춤 ‘부또오(舞蹈)’를 관람하고 난 여자는 말한다. “세상에 100의 빛이 있으면 -100의 어둠이 있어요. 그 어둠에 -1을 곱하면 100의 빛이 되는 거죠. 부또오는, 그 -1을 찾는 여행이라더군요.”(188면) 어쩌면 작가 정미경에게 그 –1은 소설이었을 것이다. 100의 빛과 –100의 어둠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100의 빛을 남겨줄 –1의 소설.

한 작가가 우리 곁을 떠난다는 것은 이제 다시는 그의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없다는 말과도 같다. 너무 이르게 떠나갔지만 우리 시대 중요한 작가로 남을 故 정미경,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들을 천천히 곱씹어 읽는 것이리라.


│차례│

못 / 엄마, 나는 바보예요 / 새벽까지 희미하게 / 목 놓아 우네 / 장마

추모산문|정지아·정이현·김병종 / 해설|백지연



│추천사│

당대의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한 채 인간의 속물적 심리를 날카롭게 꿰뚫던 정미경식 혜안, 그 서늘한 문장은 이제 어디서 읽을까. 왜 양말은 한짝만 없어지는지. 언젠간 찾겠지 하는 심정으로 짝 잃은 양말을 서랍 한쪽에 놔두듯 당신의 소설을 내 마음 한쪽에 고이 놓아두겠네.

당신을 보내던 그 새벽, 홀로 눈밭을 걷고 있으려니 비로소 빈자리가 보였어. 맷집과 열정이 없는 작가는 초기에 돌아서는 것이 낫다고 우리가 입 모아 했던 말, 나는 후회하네. 사그라진 열정의 불씨를 피워가며 기신기신 쓰는 게 소설 아니겠나. 당신이 마지막으로 차려준 우거지된장국, 고맙고 따뜻했네. 정미경, 당신은 훌륭한 작가였어. 부디 평안히 가시게나. 이현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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