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겁 많던 은아에게 어느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난 당신의 편입니다." 언제 자신을 봤다고 이런 말을 해주는 것인지. 내가 뭐라고 이리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인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정심으로 그러는 것을 앎에도 은아는 이 남자의 다정함이 너무도 좋았다. '이상한 남자야.' 그래, 정말 이상한 남자다. 무섭지 않은 남자, 강아지 같은 남자, 다정한 남자. 남자가 무섭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일까. 말도 안 돼는 마음을 품을 것 같았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끌려 버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