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통했던’ 두 사람은 간혹 연락을 하기도 하고, 만나서 저녁을 먹기도 했다. 더러는 친구 커플과 자연스럽게 함께하기도 했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남들도 아는 확실한 썸이었다. 그랬던 두 사람의 관계가 어느 순간 흐지부지되고 만다.
6년이 지난 어느 날, 두 사람은 합병으로 인해 같은 회사에 근무하게 된다.
‘어!’
‘어?’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 고운과 선후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오래전 그때의 감정을 떠올린다.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고운이 그에게 묻는다.
‘예전에 우리가 왜 멀어졌는지 기억해?’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었을걸.’
‘자존심이라니?’
선후는 대답하지 않은 채 머쓱하게 웃고 만다.
괜한 자격지심 때문이었다. 아니면 철이 없었거나. 지금 생각해 보면 고운에게서 멀어진 일이 후회스러울 뿐이다.
그런 후회는 고운 역시 마찬가지이다.
‘선후? 걔는 너 같은 스타일 안 좋아해. 걔 취향은 한결같이 글래머야.’
걸러 들었으면 좋았을 친구의 말이 가시처럼 가슴에 콱 박혀서 슬금슬금 그에게서 멀어지고 말았다.
흐지부지 끝난 ‘썸’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던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서로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물론 매 순간이 고민과 갈등이었다.
할까?
말까?
하지만 내려지는 결론은 ‘노 빠꾸’였다.
시작도 못 한 사랑은 한 번으로 족했다.
할까, 말까, 하면서 ‘모든 것’을 이뤄 가는 두 사람의 ‘딥(Deep)’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