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학교를 떠나 교육청에 갔습니다. 낯선 공간에 있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생활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분들과의 소통을 위해 평소 즐겨 읽던 시를 교육청 내선으로 보내드렸습니다. 그러다가 시를 이해하기 어려우니 해석을 달아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해석보다는 제 생각을 한두 줄 써서 시와 함께 나누었더니, 몇 분들도 본인의 의견을 나누셨습니다. 쓰다 보니 어떤 감상평은 시보다 분량이 많아졌습니다. 많은 시를 읽으면서 제 자신은 대상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게 되었고, 주변분들과 한결 가까워졌습니다. 그 후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면서도 시와 생각을 나누는 일은 계속되었습니다. 적지 않은 분량의 원고가 쌓이니 책 욕심이 났습니다. 시와 함께 감상평을 엮어 책으로 출판하려다 보니 저작권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시인의 연락처를 못 찾아 출판을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는 출처만 제시하면 요즘 같은 세상에 찾기가 쉬울 테니 제 글만 싣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만 → 시와 감상 → 감상만’ 이렇게 되었습니다. 쓰기는 제가 썼지만 원고를 고르고, 나누고, 수정하고, 편집한 건 오로지 아내 이영선입니다. 출판의 팔 할은 저와 함께 시를 느꼈던 분들의 몫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