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찾아왔어? 얼굴 안 보고 사니 편했는데."
"그간 편하셨으니 이제 불편할 때도 되지 않으셨습니까, 전하?"
알고 보니, 우리 엄마는 사실 폭군의 딸이었다.
아빠는 그 폭군을 폐위한 공작님이었고.
"바쁘고 위대하신 셸시어스 공작님께서? 나 불편하라고 날 찾아?"
"남편이 아내를 찾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입니까?"
"우리가 아직도 그런 사이였어? 내가 그걸 미처 몰랐네. 이혼하자."
……둘이 대체 무슨 사이인지 누구 설명해 줄 사람 없나요?
* * *
"네가 더 어렸을 때부터 안아 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부드럽고, 다정하고, 아쉬운 감정이 물씬 배어나는 낮은 목소리.
조금 머뭇거리다가 고백했다.
"저는 예전에 엄마를 자주 슬프게 했어요. 더 일찍 만났으면 절 싫어하셨을지도 몰라요."
그 말에 아빠는 웃음을 터뜨렸다. ……난 진심이었는데.
한참 웃다, 그는 자잘한 웃음기가 덜 가신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더 일찍 만났으면 네가 조금 더 많이 아빠라고 불러 줬겠지. 그거면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