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여준. 그에게 어려운 여자란 없었다. 여준의 타액에는 ‘몽환미약’이라는 원인도, 성분도 알 수 없는 이성을 홀리는 무언가가 들어 있다. 고작 한 방울만으로도 여자들은 그를 보면 미친 듯이 갈망하게 된다. 입주비서가 된 재희 역시 다르지 않았다. 하고 싶다, 그를 원한다. 마음속엔 오직 하나의 감정만이 소용돌이쳤다. “만지고 싶어요.” 재희는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나오는 대로, 충동적인 감정 그대로를 솔직하게 말할 뿐이었다. 여준이 대답이라도 하듯 그녀를 바닥에 눕히고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버렸다. 검게 그을린 매혹적인 근육질 상체가 눈앞에 드러났다. 그의 훌륭한 등 근육은 마치 나비의 화려한 날개 같았다. 길고 힘찬 다리는 한 마리 야생마를 연상케 했고, 탄탄한 근육질의 팔은 야수처럼 공격적이었다. 흠잡을 데라고는 한 군데도 없는 완벽한 몸매였다. 무엇보다 저 서늘하고 이지적인 눈빛은 상대방을 흠뻑 빨아들일 만큼 고혹적이다. 이래서야 한 달 내로 나여준의 포로가 되고 말겠다. 연애를 하겠다고 온 게 아닌데, 어쩌다가 돈 많고 점잖은 대표님을 농락한 망나니 같은 여자가 되고 말았다. 재희는 뭔가 이상했다. 아무리 그렇게 멋진 남자를 처음 보았다고 해도 ‘날 잡아 잡수’ 하면서 달려드는 여자는 아니었다. 스물네 살, 성관계도 안 해 본 그녀가 설마하니 욕망에 굶주려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