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뜬 얼굴.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미간과 환락의 열기를 담은 볼이 야릇하게 어우러졌다. 집어삼켜 내 안에 가두고 싶다. 불쑥. 치밀어 오른 감정에 동천의 몸이 더 격하게 움직였다. 사야의 몸이 그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태초의 신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곳 천산. 그곳은 신비롭고 영험한 기운이 가득하여 온갖 영신과 귀령의 성지로 여겨졌다. 그리고 그곳의 차갑고 냉정한 지배자, 동천. “하잘것없는 인의 소원 따위 들어줄 영신은 없다.” 만물 제일의 존재인 그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존재, 인(人)을 통해서만 후세를 볼 수 있는 운명을 가졌으나, 제물로 들어온 처녀들은 그를 감당하지 못하고 하나같이 주검이 되어 침전을 나서는데…. “숨을 쉬는 게 좋을 것이다. 살아 있어야 날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동생을 위해서 헌신하며 살아가던 몰락한 귀족 가문의 여식, 사야. 허락도 없이 들어갈 수 없는 천산을 침범한 죄로 만월이 떠오르는 날, 주신의 제물이 되는데…. ‘되었다. 너만 잘 살 수 있다면. 내 할 도리는 다하였으니. 그것으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