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ઇ-પુસ્ત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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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영혼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영혼에 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

‘구별된 나’를 선언하는 배수아의 인물들

그들이 웅성거리는 세계의 풍경

2006년 출간되었던 배수아의 다섯번째 소설집. 1999년 『그 사람의 첫사랑』 이후 7년 만의 소설집으로 공무원 생활을 접고 독일에서 체류했던 시기와 맞물리는 작품집이다. 본래 전통적 의미의 서사와 거리가 먼 작품을 써온 그이지만 이 작품집에 특유의 파편화, 교란과 틈, 두 세계의 경계, 집단과 나 사이의 구별 짓기, 마이너리티의 정체성이 강렬하게 응축되어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이 처한 고립과 고독은 얼핏 사회와 제도에 의한 것으로 읽힐 수 있으나 조금 더 깊숙한 데까지 들어가보면 신중하고 자발적인 것이라는 점 또한 알 수 있다. “개인의 역사 중에서 타인이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타인은 과연 실재적인 것의 이름인가. 만일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토록 비밀스럽게 존재하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가”(「회색 時」)에 대한 탐구.

표제작 「훌」에는 ‘훌’이라는 똑같은 이름으로 세 인물이 등장하여 낯섦과 혼란을 가중하는바, 이름으로 서로를 구별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이며, 이름이 갖는 권력을 소거한 뒤 남는 존재는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지, 그것이 가능한지 새로이 환기한다. 이름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로 명명된 시간의 흐름과 체계 역시 배수아의 작품 세계에선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이미 일어난 일에 느끼는 생경함과 혐오, 미래에 느끼는 친숙함 등 시간 순 혹은 인과관계라 불리는 것 또한 뒤엉켜 제시된다. 세계가 굴러가는 원리들이란 당연한 것이 아닐지 모르며, 그것이 한번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발 디딘 모든 것이 뒤흔들릴 수 있다. 바로 그것이 배수아라는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간혹 나는 미리 그것들을 용서했으며, 아직 만나지도 못한 것들과 이별하기도 했고 사랑하기도 전에 싫증을 내기도 했다. 말 그대로 나는 때때로 미래의 일을 ‘기억’하곤 했다. 그에 비해서 과거의 시간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모호해지고 비현실적이 되어가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잊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거울의 벽을 통한 미래는 과거의 예언이 되었다. 과거의 장면들은 화상처럼 벽에 달라붙어 있었는데 이 장면과 저 장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림들을 짜맞추다보면 어느새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 자신이 얼마나 큰 공포와 혐오를 가지고 있는가 깨닫고 그 예감만으로도 구토감을 느끼기도 한다. _「회색 時」에서

લેખક વિશે

소설가이자 번역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소설과사상』에 「1988년의 어두운 방」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장편소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으로 한국일보문학상을, 2004년 장편소설 『독학자』로 동서문학상을, 2018년 소설집 『뱀과 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훌』 『올빼미의 없음』, 장편소설 『부주의한 사랑』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에세이스트의 책상』 『북쪽 거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산문집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W. 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 『자연을 따라. 기초시』,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달걀과 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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