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왕자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릴뿐더러, 어린 건 둘째 치더라도. 자신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듯…… 하다?
“잠이 오질 않는다. 빅토르.”
“일단… 제 위에서 내려오시겠습니까?”
실제로 빅토르에게 한눈에 반한 왕자는 어리숙하지만 열렬한 애정 공세를 펼치고, 그런 그에게 끌리면서도 자신이 동성에게 끌릴 리 없다며(일단 왕자라고!) 필사적으로 부정하는 빅토르였지만.
“그러니까, 저는…. 지금, 저하께….”
그럴수록 더욱 혼란스러워질 뿐이다. 안 그래도 저답지 않은 충동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왜 자신은 그를 붙잡은 걸까. 왜 저 어린 사내가 종종 사랑스러워 보이는가. 도대체 어째서…….
그 뒤로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건 돌아선 남자가 쏟아붓는 키스의 비에 파묻혀 버렸으니까.
…
이뤄질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랑했다.
이뤄지지 않을 리가 없다. 그리고 사랑했다. 너무나도.
“그대는 이미 내 피를 취했으며, 나 또한 그대의 피를 취했으니 이 순간부터는…… 그대가 내 영혼의 유일한 주인이다.”
영혼을 걸고 맹세한 왕자는 돌아오겠다는 약속만을 남기고 떠났으나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15년이 흐른 지금.
“그대였다. 첫눈에 그대인 줄 알았고,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다. 빅토르.”
“전 기다린다고 한 적 없습니다. 저하.”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
너무나도 다른 그들이지만, 결국 똑같은 다짐으로 서로의 앞에 섰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