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돌리지 마.” 저도 모르게 슬그머니 눈을 내리깔려 했던 모양이다. 태자가 단박에 꼼짝도 할 수 없게 경고했다. 마주하고 있자니 부담스러웠다. 태자의 새까만 눈동자가 제 속을 낱낱이 파헤치는 것만 같았다. “신혜국 사람이 아니로구나.” 확신하는 말에 쿵, 심장이 또 한 번 크게 울렸다. 눈 떠 보니 낯선 땅, 신혜국에 떨어져 버린 하은교. “생각이 바뀌었다.” 그놈의 생각, 부디 옳은 방향으로, 제게 해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길 빌고 또 빌었다. 태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은교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강한 힘에 맥없이 끌려가니 제일 안쪽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집어 던지듯 밀어 넣었다. 팔꿈치로 받치고 상체를 일으키려는데 그 위로 태자가 몸을 드리웠다. “사실 태자비를 피할 요량일 뿐 딱히 널 안을 생각은 없었는데…… 흥미가 이는구나.” 아니, 잠깐! 흥미 같은 거 안 가져 줘도 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