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연기를 잘했을 뿐인데, 드라마 속 불륜 가이드에 빙의해버렸다.
불륜과 복수, 온갖 막장 요소를 절묘하게 버무린 드라마 <가이드의 유혹>에서 표독스럽고 악랄한 불륜 가이드 ‘김세연’의 역을 맡은 건 운명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현실이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
“요~~망한 불륜 가이드! 내가 너 드디어 찾았다. 아주 잘 만났다, 너!”
“아, 아주머니!”
세연은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다 잽싸게 몸을 돌렸다. 하지만 아줌마는 강했고 빨랐으며 또한 우악스러웠다. 세연이 미처 도망치기 전에 그녀의 날카로운 손끝이 세연의 뒤통수에 직격했다.
“악!”
“이 요망한! 너 때문에 우리 아들이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알아! 이 망할 불륜 가이드야!”
“악, 이거 놔요! 악악!”
세연은 실제 자신이 하지도 않은 불륜의 대가를 치르며 억울해 눈물이 났다. 연기를 하며 제 나름으로는 불륜계의 프린스라 자부하며 살았고 후회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제 커리어를 쌓는 데 도움을 주었으니까.
하지만 세연은 오늘 처음으로 자신의 불륜 연기 인생을 후회했다.
“불륜 가이드는 아무튼 다 망해야 해! 아주 내가 너 머리를 다 뽑아 버릴 거야아아!!”
“악! 아악! 불륜 가이드 아니에요! 불륜 가이드 아닙니다!!!”
머리를 쥐어뜯기며 세연은 이곳에서의 삶의 방향을 확실하게 정했다.
절대 불륜 가이드는 되지 않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