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 속 여의주의 아이로 태어나 가문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랐던 여보의.
그는 열 살이 될 때까지도 음인으로 발현하지 못해 한순간에 가문의 노비로 전락하고 만다.
이후로 십일 년, 긴 전쟁을 끝내고 드디어 태상장군 진왕이 돌아왔다.
이제는 무향(無香)이 되어버린 보의는, 진왕의 궁에 궁관으로 들어가게 되고.
“너와 있으면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음인을 혐오하는 진왕은 무향에게 마음을 주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무향은 그의 앞에서 음인으로 발현해 버리고 만다.
“나를 속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운명에 휩쓸린 보의 앞에 금국의 황제, 미류제가 나타난다.
첫눈에 무향을 알아본 그는 엉킨 인연의 매듭을 풀어 진왕과 무향을 맺어주려 했지만.
“그자를 보자마자 내 사람으로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욕심이 생기고 말았다.
* * *
“나는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너를 범할 것이고.”
“아, 흐윽…!”
진왕은 서두르지 않았다. 흥분에 취해 제정신이 아닐 텐데도 신중하게 움직였다.
“나 아닌 누구도, 널 취할 수 없다.”
다시 한번 끝까지.
저 끝까지. 그리하여 아기집까지 벌리고 들어올 듯한 움직임에 무향은 흐느끼듯이 울었다.
“한데, 네가 감히 다른 이도 아니고 내 형님과 정을 통했단 말이지…?”
돌이킬 수 없는 오해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