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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을 처음 만난 건 제가 열한 살이 되던 해의 여름이었죠.”
양지바른 곳에 있는 당신을 그리워했습니다.
“당신의 형이 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형이 아니라도, 어떤 형태로라도, 당신과의 인연의 끈을 꽉 쥔 채로 살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있는 볕으로 갈 수 없던 이십오 년 끝에,
“어떤, 형태로라도?”
“그러면 왜 나를 밀어냈어.”
당신을 그늘로 끌어들일 기회가 생기자마자.
“내가 너를 원해.”
감히 이 말을 해도 될까.
하지만 하지 않고 어떻게 버틸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사랑해.”
저지르고 후회하는 쪽을 택하겠다.
“사랑합니다.”
“처음부터 그랬듯, 지금과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니 그때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두 사람만의 봄 속에 잠시만이라도 잠겨 있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