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년 10월 출간된 <끝없는 사육>의 연작입니다.
“강해준. 내 암컷이 돼.”
아역 시절부터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배우 해준.
논란이란 단어와는 연이 없을 것이라 여겨질 정도로 깨끗한 삶을 살아 왔으나
잔뜩 취한 채 흐느적거리며 다리를 벌린 음란한 사진 한 장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다.
그리고 그 끝에는 늘 수수께끼의 남자, 사우드 라체가 있는데……
진짜는 '이제부터'야.
암컷이 된 걸 기념하자, 해준아.
* * *
“안 엮일 걸 그랬어! 다, 당신하고 아예 안 만나야 했는데……!”
해준의 흐느낌에 맞춰 뾰족한 손톱이 주름을 꾹 눌렀다가 살며시 떼어져 나갔다. 해준은 그 조그만 틈에 절로 안도하며 숨을 골랐다. 그때.
“이런 밝히는 몸으로 그런 말 해 봤자 안 통해.”
“히이이익!”
멀어지는가 싶던 손길이 다시 다가와 주름을 결 따라 뭉근하게 문질렀다. 또다시 시작되는 희롱에 절망이 서리기도 잠시, 찌릿하고 전류 비슷한 것이 발가락 끝에 내달렸다.
“으흐흑…….”
‘이, 이렇게 싫고 끔찍한데! 어째서, 대체 왜 소리를 멈추지 못하는 거야.’
기이한 감각이 들기 시작한 뒤로도 사우드의 손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엉덩이 주름을 만져지며 흐느끼다 못해 울기 시작한 해준은 급기야 초점이 흐려진 눈을 보이고 말았다.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 생각할 기력도 없어 해준은 한 손으로 제 얼굴을 덮고 훌쩍였다. 오한이 든 듯 몸을 으스스 떨기만 하는 해준을, 남자는 다시금 꽉 눌러 오며 귓불에 입술을 댔다.
“이제 좀 상황 파악이 돼?”
꿀이 발린 듯 달콤한 음성과는 달리 남자의 거친 손가락은 여전히 연약한 주름을 괴롭히고 있었다.
“묻고 있잖아, 지금.”
“흐아앗……!”
사우드의 목소리가 돌연 거칠어지더니 손도 거세졌다. 여린 살을 사정없이 비비는 손길을 가만히 받아내던 해준이 큰 목소리로 울먹거렸다.
“대, 대체 뭘, 아흣! 그 소, 손 좀 그만……!”
“멍청하긴. 강해준 씨는 내가 일일이 설명을 해야만 알아듣습니까? 누가 지금 그걸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아프, 흐윽, 아픕니다……!”
“단순히 아픈 정도로는 안 끝날 겁니다. 찍고 있던 거 다 하차해야 하고 막대한 손해를 끼쳤으니 회사마다 배상금도 물어줘야 할 테죠. 이런 경우 위약금은 계약금의 몇십 배는 될 텐데 이런. 빈털터리 신세로 끝나면 차라리 다행이겠군.”
꾸욱, 주름을 긁던 날카로운 손톱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생생히 느껴졌다. 해준은 눈물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괴로웠던 자극은 사라졌으나 손톱이 여린 살갗에 새겨둔 아픔은 분명히 남아 있었다.
“히윽……!”
“한 마디로 ‘배우 강해준’의 인생은 완전히 끝이 난다는 이야기입니다.”
남자의 물컹한 혀가 느릿하게 움직이며 달아오른 귓불을 핥고 지나갔다.
“흐흑, 흣, 흐읏……!”
처음 겪어 보는 쾌락에 허우적대던 정신에 찬물을 끼얹는 말이었다. 육중한 몸 아래에 깔린 두 어깨가 움찔 작게 튀어 올랐다.
“그러면……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내 암컷이 돼.”
“아, 암컷……?”
“내 밑에서 벌벌 떨며 울고 그 음란한 엉덩이를 흔들어. 그러면 도와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