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검거 과정에서 과잉 진압을 했다는 명목으로 광역수사대에서 영일 지구대로 좌천된 임지수.
그의 전 팀장인 권혁수는 그에게 '수사방법에 문제가 많다.'고 했다.
그러다간 조만간 칼맞아 뒈질 거라고.
하지만 범인의 대가리를 깨도 시원찮을 판에 웃기지도 않는 소리.
그에 동의하지 않는 임지수는 어떻게든 다시 광수대로 돌아가고자 한다.
“적당히 해, 임지수. 그래 봤자 너 청으로 못 돌아가.”
“그게 무슨 소리야?”
“권혁수가 너 못 돌아가게 막았다고.”
하지만 같은 순찰조가 된 유성현은 그런 임지수를 비웃으며 이대로 얌전히 지구대에 눌러앉을 것을 종용하고.
“너, 나 알아?”
“기억 안 나요? 우리 한 침대에서 같이 잔 사이인데.”
“…….”
“그때 나보고 가지 말라 빌었잖아. 붙잡고 질질 짜고 애원하면서.”
게다가 유성현은 임지수가 모르는 과도한 징계의 내막 뿐만 아니라, 그의 은밀한 부분까지 알고 있는 듯 한데…….
시종일관 달관한 태도로 임지수를 시험하듯 관찰하는 유성현과 반드시 광수대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 임지수.
“그거 알아요? 사람은 본인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높은 걸 좇다가 장애물에 부딪히면 휘어지는 게 아니라 부러져요. 툭, 하고.”
“…….”
“선배는 부러지고 싶어요?”
경멸, 교만 그리고 위선.
그 속에서 서로의 본심을 숨긴 채 충돌하는 두 사람은 과연 각자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 * *
“그런데 정말 한 번도 흔들린 적 없어요? 단 한 번도?”
놈은 슬그머니 턱을 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없어.”
“정말 대쪽 같네.”
유성현이 낮은 목소리로 웃음을 삼켰다. 이제 놀랍지도 않다는 듯 피식 웃는 얼굴엔 별다른 실망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헷갈린 적은 있어.”
나는 마침내 유성현을 돌아보았다. 줄곧 나를 바라보고 있었을 놈의 시선은 그 순간에마저 나를 꿰뚫듯 진중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고요히 오가는 시선 속 대화를 나는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절대 놈에게서 먼저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러자 어느 순간 유성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밤공기에 녹아난 얼굴은 또다시 내가 모르는 타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언제나 나를 혼란으로 이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