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내 예상...응? 뭐라했니 너? 날 좋아한다고? 그렇게 순진한 얼굴을 나한테 들이대지 말아줄래?
까칠하고 직설적인 설화 앞에 한없이 바보같고 부드러운 하루가 나타났다!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달달한 사제백합!
고등학교 상담교사인 설화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학생들을 상대한다.
늘 튀어나올 것 같은 불같은 성격을 애써 누르며 친절한 모습을 한 가면을 쓴다.
설화는 이젠 들어오는 학생 얼굴을 보면 어떤 고민인지 정도는 쉽게 파악 할 수 있다.
금발 머리에 이쁘장하게 생긴 얼굴, 딱 봐도 견적이 나온다. 학교폭력아니면 가정불화 둘중 하나 대충 공감하는 척 하고 넘어가자.
*
설화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하루에게 말을 한 뒤 아, 나 참 말 잘한다. 라고 생각을 하던 그때, 하루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붉어진 얼굴로 설화를 쳐다봤다. 무언가를 결심한 것 같은 오묘한 표정으로.
“하루야?”
설화는 갑작스러운 하루의 행동에 당황하며 자신이 한 말들 중에 잘못된 것이 있었는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생각을 할 틈도 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하루가 멍하니 앉아있는 설화의 손을 잡고 소리쳤다.
“제, 제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세상은 사람에게 언제나 시련을 안겨준다. 짜증이 날 정도로 집요하게.
*
“나랑 매주 일요일에 가고 싶은 곳 정해서 그곳에서 뭐 할지 계획 짜서 금요일까지 보내. 물론 금액은 내가 전액 부담. 동물원 빼고. 나 동물 싫어해.”
이게 갑자기 무슨 말일까, 하루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네?”
“너 성격 아주 맘에 안 들어, 그렇다고 빨리 끝내려고 내가 알아서 하면 선생님한테 죄송해서, 이건 자기가 버틸 수 있다고 하면서 사람 좋은 웃음 지으면서 괜찮다고 할 거 아니야. 난 그 꼴 못 봐. 짜증나.”
“너 나 좋아한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데이트 코스 짠다고 생각해. 그리고 만나서 일주일동안 있었던 일하고 너 옛날 얘기들,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들 하는 걸로 하자. 그러면서 너 성격도 고칠 거니까. 이해 못 한 거 있니?”놀란 걸까, 하루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럼 나가 빨리, 계획 짜기 전까지는 연락 하지 말고. 교실 들어가기 전에 먼지 좀 털고.”
*
눈에 띄는 빨간색 머리를 하고 있어 괜히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설화는 얼굴이 붉어진 채 빠른 걸음으로 놀이동산 동쪽 끝에 있는 고객센터로 걸어갔다.
고객센터 문을 여니 보이는 것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하루와 무서워 보이는 사람이 들어와 당황한 것처럼 보이는 직원이었다.
“무, 무슨 일로 오셨나요?”
“제가 윤설화 어린이입니다.”
“네?”
“빨간색 머리를 하고 있는 윤설화 어린이라고요. 야, 나와.”
멍하니 상황파악을 못하는 직원과는 달리 하루는 설화의 목소리를 듣고 안심한 표정으로 설화에게 뛰어갔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는 알지 못할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당당할 리가 없다.
밖으로 나와서 설화는 자신의 팔을 잡고 울먹이는 이 아이를 보고 한숨을 푹푹 내리 쉬었다. 일단 한 가지 의심을 하고 있었던 점이 확실하게 풀린 것 같다. 이 아이는 절대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바보다. 순수한 바보.
|차례
1~23화(完)
|출판사서평
달달하게 녹아내리는 설화와 하루
|키워드
#사재지간 #나이차커플 #달달물 #성장물 #상처녀 #까칠녀 #순진녀 #짝사랑# 순정녀 #학교폭력
링뱅:
안녕하세요 링뱅입니다. 처음으로 커뮤니티에 올린 글로 출판을 하게 되다니, 신기할 따름이네요. 너무나도 부족한 작품이지만 최대한 노력하며 쓴 글이니 잘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