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후. 스무 살을 눈앞에 둔 제제와 따르시지우는 어릴적 함께 놀던 망고나무 가지에 올라 지난 날을 회상한다. 잠수함 선원이 되고 싶었던 따르시지우는 법과대학에 가려하고 제제는 의과 대학을 그만두고 수산회사의 직원이 되었다. 제제의 유일한 낙은 가슴속 답답함을 잊게 해주는 수영. 그는 지칠 때까지 바다를 헤엄치다가 죽을 뻔 한적도 있다.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가려는 제제를 아버지가 부른다. 아버지는 자괴감에 눈물을 흘리는 제제를 달래며 그의 주변 일들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 제제는 씰비아를 찾아가 사귀자고 말하지만 그녀는 사귀는 사람이 있다며 그의 청을 거절하지만 곧 말을 바꿔 무도회에 같이 가자는 제안을 내놓는다. 제제는 들뜬 마음을 안고 밤늦게 집에 돌아왔다. 그때가지 그를 기다린 아버지는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어 수술을 받아야만 할 것다고 말하고, 이 이야기를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한다.
무도회 이후로 급속히 가까워진 씰비아와 제제는 이제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다. 한편 제제와 누나는 제제의 속옷 같은 수영복과 여자친구 씰비아의 품행을 두고 한바탕 말다툼을 벌인다. 제제는 아버지를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는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의 손바닥만한 수영복과 여자친구와의 은밀한 행위가 주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눈치를 보여 제제의 마음은 한없이 아프다.
제제는 주위의 곱지않은 눈을 피해가며 씰비아와 교제를 이어간다. 건강이 악화된 아버지는 급기야 수술대에 오르고 제제는 아버지가 나으면 더 이상 수영을 않겠다고 하나님과 약속을 한다. 클럽대항 수영대회 우승을 끝으로 수영을 하지 않기로 한다. 아버지의 병세는 호전되었지만 약속을 지키려 수영을 하지 못하게 된 제제는 삶의 의욕을 잃어간다.
수영도 못하고, 여자친구도 볼 수 없게된 제제는 집을 떠나 먼 곳을 유랑하고픈 유혹을 강하게 느낀다. 제제가 울적한 마음을 안고 공원을 산책하다가 씰비아와 다시 만나 뜨거운 키스를 나눈다. 집에서 제제가 씰비아와 사귀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자 제제는 수산회사의 직원이 되어 집을 떠나기로 한다. 제제는 어렸을 적 지리과목을 배울 때의 벅찬 흥분과 두려움을 안고 미지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다.
조제 마우로 데 바스콘셀로스는 1920년 리오데자네이로의 방구시에서 포르투갈계 아버지와 인디언계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난으로 인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의대에 진학했지만 학업을 중단하고 권투선수, 바나나 농장 인부, 그림 모델, 어부, 초등학교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이러한 경험이 문학적 밑바탕이 되어 1942년 『성난 바나나(Banana Brava)』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62년에 발표한 『호징냐, 나의 쪽배(Rosinha, Minha Canoa)』로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작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라모스와 링스 도 레고의 작품에 심취하여 문학에 뜻을 두고 초현실주의적인 수법으로 작품을 썼다. 그의 작품은 장면을 독자로 하여금 명확히 상상할 수 있게 하는 회화적이고 투명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1968년에 출간한『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브라질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바스콘셀로스의 대표적 작품이자, 세계 21개국에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는, 너무나 잘 알려진 성장소설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다섯 살 소년 '제제'를 통해 사랑의 문제, 인간 비극의 원초적인 조건, 인간과 사물 또는 자연의 교감, 어른과 아이의 우정 등을 잔잔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낸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브라질 역사상 최고 판매 부수를 기록했고, 전 세계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수천만 명의 독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20여 년간 구상한 이 작품을 단 12일 만에 집필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바스콘셀로스의 인생에서 슬픔이란 우리가 이성을 갖게 되고, 인생의 양면성을 발견함으로써 동심의 세계를 떠나는 그 순간에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인생의 아름다움은 꽃과 같은 화려함이 아니라 강물에 떠 다니는 낙엽과 같이 조촐한 것이며 사랑이 없는 인생이란 얼마나 비극적인 것인가를 역설하고 있다. 사랑의 결핍이란 결국 어른들의 상상력의 결핍과 감정의 메마름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어린 소년 '제제'를 통해 현실 생활에 의해 황폐해져 가는 인간의 메마른 감정 세계를 동심으로써 구제하기를 호소하고 있다.
작가 바스콘셀로스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출간하고 나서 6년 만인 1974년에 『햇빛사냥』을 선보였다. 『햇빛사냥』은 십대에 접어든 제제가 라임오렌지나무 대신 아담을, 뽀르뚜가 대신 모리스를 가슴 속에 키우면서 밝음과 용기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도 제제는 여전히 풍부한 감수성과 주체할 수 없는 장난기를 지닌 소년으로 그려진다. 『햇빛사냥』이 출간되자마자 문학평론가인 하이디 M. 조프리 바로소는 『햇빛사냥』의 출간을 이렇게 평했다.
"우리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통해 제제를 알게 되었고 그와 함께 아름다운 우정을 꽃 피워 나갔다. 우리의 마음을 뿌듯하게 했던 그 귀여운 주인공이 시와 환상의 길을 열어 준 것이다. 그러나 그 책을 읽자마자 아쉽게도 제제와 헤어져야 했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유년기와 사춘기를 떠올리는 제제의 새로운 모험담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그것이 바로 『햇빛사냥』이다. …… 이 책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이후로 제제가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독자들에게는 기쁜 소식이 될 것이다." 작가로, 조형예술가로, 배우로도 활동한 브라질의 국민작가 바스콘셀로스는 1984년 64세의 나이로 제제가 사랑한 뽀르뚜가 곁으로 떠났다.
작가로서의 큰 성공을 가져다 준 작품인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1968년 간행 당시 유례없는 판매기록을 세웠으며 영화화되기도 하였고 브라질 국민학교 강독시간의 교재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성난 바나나』, 『백자 흙』, 『앵무새』, 『얼간이』 등이 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삽화 공모에 참여한 150여명 가운데 가장 『라임』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삽화로 당선되었다. 이번이 삽화가로서 첫 작업이라는 그녀는 자신이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에 그림을 그리게 돼 영광이라고 말한다. 표지의 실루엣을 포함하여 『라임』에 쓰인 모든 그림이 그녀의 작품이다. 한국종합예술학교 미술원을 졸업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포르투갈어과와 동대학교 대학원 중남미지역연구학과를 졸업하고 브라질 쌍빠울루 가톨릭대학교에서 브라질 현대문학을 전공하였다. 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 포르투갈어과 교수로 있다. 저서로 <브라질 문학사>,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과 사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