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시대물 #동양풍 #초월적존재 #권선징악 #재회물 #첫사랑 #나이차커플 #운명적사랑 #직진남 #유혹남 #존댓말남 #후회녀 #상처녀 #잔잔물 #애잔물 #고수위 #늑대남 #여우녀 비단자락 사이로 자랑스러운 꼬리들이 해방되었다. 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하늘하늘 흔들리는 풍성한 은빛의 여우꼬리들. 여인은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나 딱 선녀와 반대되는 존재였다. 금낭산맥에서 산삼을 키워 내는 여우, 미호. 그녀는 하늘로 승천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언제쯤...... 나는 선인(仙人)이 될 수 있을까.’ 미호는 한숨을 쉬었다. 그때, 까악까악 까치가 시끄럽게 울었다. 그와 동시에 낯설면서 낯설지 않은, 소리 없이 묵직한 발소리가 느껴졌다. 미호는 신목에 기대고 있던 머리를 떼고 허리를 곧추세웠다. 저 멀리를 노려보자 숨겨 왔던 모습을 드러낸다. 예전의 작디작았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체격의 남자. 아니, 수컷 늑대. 일랑(一狼). “......오랜만이네요 내 여우님.” “......일랑.” 첫아이, 첫정. 미호는 그녀의 모든 것을 일랑에게 퍼부었다. 그녀가 아는 모든 지식을 퍼부었고 힘을 나눠주었으며 애정 역시 남김없이 주었다. 그 결과는. ‘아아, 여우님...... 여우니임......!’ 결국 그녀는 자신의 몸 위로 올라탄 일랑에게 이기지 못하고 몸을 열어 주었다. 아마도 미호는 일랑이 그녀의 목줄기를 물어뜯었더라도 그대로 저항 없이 내주리라. 하지만. ‘그렇지만...... 일랑과 맺어질 수는 없어.’ 일랑을 밀어내는 여우 미호와 속내를 읽을 수 없는 늑대, 일랑. 그리고 갑작스럽게 초청 받은 천계의 연회. 천계와 하계, 그리고 일랑. 미호의 마음은 세차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