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학자의 길을 가려던 아나이스에게 아버지가 약혼자라고 데려온 남자는 두꺼비 같은 외모에 결혼을 네 번이나 했던 서머셋 백작이었다. “아가씨. 부디 조심하세요. 함부로 남들 말을 믿으면 안 돼요.” “그러니까 케레스 호 표를 구했잖아. 명예로운 기사, 오웬 각하가 캡틴으로 계시니까 난 안전할 거야.” 뒤통수치고 도망칠 준비를 마친 아나이스. 케레스 호는 장기간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해군이 상주하는 대형 선박이니 질 낮은 사람도 없을 터였다. “이야, 상등품인데, 이런 게 어디서 굴러온 거야.” “제길, 시간 부족하겠는데. 니들 짧게 끝내.” “너나 잘해, 조루새끼.” 그러나 예기치 않은 상황에 휘말린 아나이스는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런, 난장판이군.” 흐트러짐 없는 냉엄한 목소리, 아름다운 푸른 눈. 탄탄하고 큰 체격을 우아하게 감싼 제복을 입은 오웬 파리스 어거스트 공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송곳처럼 예리한 푸른 눈동자가 자신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