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간다: 이인휘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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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문학상 수상작가 이인휘가 촛불을 밝힌 모두에게 전하는 노래

정의와 평화의 간절한 염원으로, 이제 우리는 이 시대를 건너간다!

 

2016년 소설집 『폐허를 보다』로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억압적 정치현실을 핍진하게 그려 절절한 감동을 안겼다는 평을 받으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이인휘가 12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건너간다』를 선보인다.

시대의 아픔을 노래한 가수 정태춘의 삶과 노래에 영감을 받아 쓰인 이번 소설의 제목은 98년 정태춘이 발표한 노래 「건너간다」에서 빌려왔다. 소설 속에는 정태춘의 노래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비롯, 총 10곡의 노래 가사가 인용되어 있다.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와 맞물려 흘러온 그 ‘노래’ 자체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70년대 유신부터 80년 광주민주항쟁, 87년 6월항쟁, 그리고 오늘날의 촛불행렬까지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모두의 염원을 담은 노래가 곡진하게 흘러왔다. 정의·평화·자유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걸어온 사람들의 면모를 노래의 힘과 함께 펼쳐놓는 이 소설을 앞에 두고, 우리는 이제 이 시대를 건너갈 것이다.

 

폐허를 넘어 희망을 건져올리는 목소리

아픈 아내를 간호하며 식품공장에서 일하는 ‘나’(박해운)는 어느날 우연히 다시 찾은 CD 한장에서 흘러나온 노래를 듣다가 과거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그 노래는 세상은 변해야 한다고 노래한 가수 ‘하태산’의 노래 「92년 장마, 종로에서」였다. 노동하며 한동안 소설을 잃고 살았던 ‘나’는 어느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버린 하태산의 삶을 소설로 써보고 싶다는, 마음에 오래 담아두기만 했던 생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고투하지만 끝내 자신의 내면과 자신이 살아온 시대에 대한 생각으로 돌아오고 만다.

 

폐허를 넘어서 희망을 건져올리듯 소설을 쓰면서 내 상처를 치유하고 싶었다. (…) 나를 쓰자,라는 생각이 번뜩 스쳤다. 하태산이 살아온 세월도 내가 살아온 세월이고 하태산이 겪은 수많은 곡절도 나 역시 겪고 살아왔다.(79면)

 

“세상은 늘 나와 상관없이 흘러”간다고 믿었던 ‘나’는 70년대를 지나며 “한 시대가 요동을 치면서 그 파장이”(63면) 자신에게까지 뻗쳐온다는 걸 처음 느꼈고 이내 80년 광주를 만나게 된다. 시대의 어둠이 각자 삶에 미치는 영향은 오늘날의 촛불광장을 떠올리게 한다. 누군가는 지금의 촛불행렬을 바라보며 87년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도 했다. 분노를 품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던 6월항쟁 현장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이 소설은 두려움 없이 어두운 시대를 뚫고 나간 사람들의 절실했던 생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 생의 순간마다 사람들 사이에 자리한 것은 다름 아닌 ‘노래’였다.

 

첫차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평화를 찾아 떠나는 작은 배의 심정으로 비를 맞거나 소외된 거리를 떠돌며 쉼 없이 흘러왔다. 사람들이 현실의 벽에 갇혀 그 너머를 보지 않으려 해도 자유와 평등을 찾아가는 그의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198면)

 

이 작품의 또다른 미덕은 소설 후반부에 묘사된 현재에 있다. ‘나’가 일하는 식품공장은 수많은 비리를 배경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CCTV를 설치해 매시간 노동자들을 감시하며 어떻게든 휴식시간을 없애고 청소시간을 줄여서라도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게끔 노동자들을 압박한다. 그런 와중 불평등한 급여 문제가 불거지고 일흔살을 앞둔 ‘왕언니’가 일인시위를 시작하지만 동료들은 그 모습을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볼 뿐이다. 사장은 꿈쩍도 하지 않지만 ‘왕언니’가 박스 조각에 꾹꾹 눌러쓴 말, “사장님이 인간이듯 나도 인간입니다”(258면)라는 단순한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결국 시위가 두명, 세명, 종내에는 모두에게로 퍼져가는 과정은,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는 연대의 힘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며 사람이 사는 세상은 사람이 만들어가는 거라는 진실을 증명해낸다.

 

왕언니는 박스 조각을 방 벽에다 모두 붙여놓을 거라고 했다. 망령 들었느냐고 했던 남편과 공장을 그만두라고 다그쳤던 자식들에게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자랑할 거라고 했다. (…) 비록 그녀가 사는 삶의 형태는 달라지지 않을지언정 그녀는 자신이 경험한 생의 빛을 따라 여생을 걸어갈 것이다.(271면)

 

지금 우리는 우리를 뒤흔드는 지난날의 망령을 넘어 이 시대를 건너가길 염원한다. 엄혹한 시절을 뚫고 나간 사람들의 생 자체가 시대를 비추는 빛이 되어주는 것은 역설적으로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삶과 목소리를 복원해낸 이 소설은 진짜 세상으로 건너가기 위한 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그들이 세상 밖의 세상을 그리며 부르던 희망의 찬가는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아 지금 우리 앞에 다시 놓였다. 이제 우리 모두의 노래를 새로이 시작할 차례이다.



│차례│

1부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 2부 아, 대한민국 / 3부 생의 수레바퀴들 /

4부 먼산 먼길 / 작가의 말



│추천사│

심원지자편(心遠地自偏), 마음이 멀면 사는 곳 또한 자연히 외진 곳이 된다는 도연명의 시구가 있다. 어느날 문득 서울을 떠나 원주 관덕마을로 집을 옮긴 소설가 이인휘, 그는 집만이 아니라 혼을 붙잡고 있던 작가적 삶도 이사를 해버렸는가, 그렇게 생각했다. 삶의 터를 옮긴 그를, 그의 작품을 도무지 만나지 못했다. 이따금 전화기 건너에서 먼 안부를 묻고는 했다. 그랬다. 그런 줄 알았는데 눈을 감았다 뜬 것처럼 십여년을 건너뛴 시공간의 강원도 원주의 어느 식당에, 식품공장에서 일한다는 그가 진짜 찐빵을 들고 나타났다.

인생이 찐빵의 팥소만큼 달콤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의 신성한 노동의 땀방울들이 서리서리 펼쳐진다. 지난 일은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일어서게 하는 역사가 된다는 것, 그리하여 내일을 밀고 나가는 나침반의 등불이 된다는 걸 믿는다. 이인휘의 작가적 삶이 그와 같다.

그의 소설을 읽는다. 땅바닥이 꺼지기도 했으리라. 작가의 한숨과 불의한 시대 앞에 이를 악문 눈물과 타오르는 소설정신을 들여다보는 별들의 밤하늘, 세상의 반짝이는 것들이 어둠을 가르며 지상에 내리고 있었다. 박남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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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이인휘 李仁徽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8년 『녹두꽃』에 「우리 억센 주먹」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활화산』 『문밖의 사람들』 『그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 『내 생의 적들』 『날개 달린 물고기』가 있으며 소설집 『폐허를 보다』로 2016년 만해문학상

을 수상했다. 오랫동안 노동문화운동을 했고 박영진 열사 추모사업회에서 일했다. 진보생활 문예지 『삶이 보이는 창』과 ‘사단법인 디지털노동문화복지센터’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이어주었고,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이사이며 행동하는 작가네트워크 ‘리얼리스트 100’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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