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비의 때 이른 죽음 후, 그의 피 묻은 왕관을 물려받은 리벨라인.
그녀가 제 오라비를 배신해 죽음으로 인도한 남편, 에른하이스트 세르쥬아에게 물었다.
“내게 안겨 앙앙거리는 게 정말 즐겁습니까?”
“즐거웠던 적, 없었습니다.”
“그렇겠지요. 내가 그대를 죽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머리만큼은 좋은 그대가 모르지는 않을 테니.”
그녀를 똑바로 응시해 오는 푸른 눈동자가 집요하게 그녀의 움직임을 좇았다.
에른하이스트의 눈동자가 사르르 휘어지더니 순간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가 걸렸다.
“성하, 저를 원망하십니까.”
에른하이스트가 그녀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가느다란 목으로 이끌었다.
오른쪽 눈 아래의 점 때문인지 그가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이들이 저를 죽이기 전에 성하께서 죽이십시오.”
속삭이는 목소리가 버석하게 갈라졌다.
무언가를 더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던 에른하이스트는 결국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어깨 위에 입을 맞췄다.
한때 가슴이 저미도록 사랑했던 이. 그 사랑을 무참하게 짓밟았던 이.
그 남자가 그날 밤, 발코니에서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