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닿은 입술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낮게 새어나왔다.
“당신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었는데. 그랬다면 당신 눈치 따위 안 봤을 거잖아……. 마음 다칠까 봐 전전긍긍……하지도 않았을 거고, 울 것 같은 그따위 표정 안 봐도 되었……잖아.”
울분을 토해내는 듯한 그의 탁한 목소리에서 혼란스러움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화를 내야 하는데……. 화를 내야 해.’
그런데 화를 낼 수 없었다. 거칠고 음울한 눈동자 속에 갇힌 그의 상처가 보여서, 그 상처가 낯설지 않아서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상처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버둥거리던 연희의 몸에서 자신도 모르게 힘이 빠져나갔다. 연희는 준혁의 등을 때리던 주먹을 스르르 풀고 그의 등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의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수니
눈물과 함께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한 번 써 보는 게 희망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