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동시를 던져 버리자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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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해묵은 동시를 던져 버리자」라는 ‘선동적인’ 글을 쓴 뒤 점점 동시 평론으로 빠져들어 그간 동시 평론이 평론가로서의 주업이 되고 말았다. 그때 글에서 나는 ‘동시단의 4무’로 ‘시적 모험이 없다’ ‘자기 작품을 보는 눈이 없다’ ‘비평다운 비평이 없다’ ‘타자와의 소통이 없다’ 네 가지를 말하며 정체(停滯)를 깨고 나아가자고 했다. 지금은 이런 사정이 개선되었지만 출발점에서 겨우 작은 언덕을 하나 넘어온 셈이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비평의 모험을 지속하는지, 자기 글을 보는 눈을 똑바로 뜨고 있는지, 눈치와 인정에 휩쓸리지 않고 비평다운 비평을 쓰고 있는지, 타자와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있는지 뼈아프게 성찰하고 다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때다.


-「머리말」에서




고정 관념을 깨는 비평적 상상력


이 책은 동시단의 낡은 인식과 해묵은 동시를 비판하며 동시의 혁신을 역설하는 한편, 기존의 고정 관념들을 해체하고 동시 창작과 감상의 새로운 시각을 개척하고자 한 동시 평론집이다. 동시의 소재, 가락, 발상법, 어린이 독자의 성격, 어린이시와 어린이의 글쓰기, 청소년시, 성인 시인들의 동시 쓰기, 시와 동시의 경계 등에 대해 활달하면서 정곡을 찌르는 사고를 펼쳐서 동시의 지평을 넓히고, 최근 7~8년간 동시단의 흐름을 조목조목 집어내며, 동시의 어린이 화자와 상투성 문제, 장르 용어 등의 쟁점에도 적극 개입하여 목소리를 낸다. 성인문학과 어린이문학을 넘나들며 평론 활동을 펼쳐 온 저자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경쾌하고 명료한 글쓰기로 독자들이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접근하고 있다. 1부는 동시 한 편을 골라 한 가지 주제를 밀도 있게 탐구한 발랄한 글들이고, 2부는 동시 혁신론과 동시의 흐름 및 쟁점 등을 다룬 평론들이며, 3부는 동시집에 대한 친절한 해설들이다.




날카롭고 도발적인 ‘동시 혁신론’


이 평론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날카롭고 도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동시 혁신론’이다.(2부 「해묵은 동시를 던져 버리자」) 수년간 관습적인 작법을 되풀이하는 우리 동시단에 대해 눈치와 인정에 휩쓸리지 않고 정면에서 비판을 가한 것이다. 최근의 우리 동시는 시적 긴장과 완성도가 떨어져 시 읽는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시적인 재능과 가능성을 가진 많은 동시인들이 해묵은 관습에 얽매여 낡은 동시의 틀을 반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상투적인 동심주의에 빠지거나 유치한 교훈을 건네는 동시들이 주류를 이루고, 동시인들 또한 어린이에 대한 낡은 인식(어린이는 좁은 사고, 제한된 경험, 제한된 희로애락의 감정을 지닌 존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동시단에는 네 가지가 없다고 역설한다. 즉 시적 모험이 없고, 자기 작품을 보는 눈이 없으며, 비평다운 비평이 없고, 타자와의 소통이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4무(無)’ 풍토에 젖은 기존 동시단의 정체를 깨뜨려야 동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하나의 방안으로 ‘외부세력’의 도전에 주목한다. 즉 동시단 내부에서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최승호, 신현림, 최명란, 안도현, 김용택 등 일반 시인의 동시에 주목한 것이다. 이들 동시는 낡은 어린이 인식과 낡은 감각에서 벗어나 있고 시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 기성 동시인들이 배울 바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시 혁신론’은 발표 당시 폭넓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동시단의 흐름과 변화를 짚어 내는 폭넓은 시야


‘동시 혁신론’을 주장한 이후에 저자는 동시단 안팎에서 몇 가지 의미 있는 변화를 읽어낸다.(2부 「오늘의 동시, 어디까지 왔나」「동시의 생태계, 동시의 희망」) 첫째, 새로운 동시가 숨 쉴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새로운 동시집 시리즈를 기획 출간하는 출판사들이 나타나고(문학동네, 비룡소),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이 창간되면서 새롭고 개성 있는 동시(동시인)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둘째, 성인 시인들의 동시 쓰기가 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신경림, 도종환, 함민복, 이정록, 김명수, 정호승, 박성우, 송찬호 등 시적 역량이 뛰어난 성인 시인들의 동시 쓰기는 기성 동시의 상투성에 물들지 않으면서 의미 있는 실험과 모험을 펼치고, 소재와 주제와 언어를 확장하는 등 나름의 성취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성인 시인들의 동시는 당대 어린이 현실에 육박해 들어가는 박진감이 약하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이 밖에도 기성 동시인들의 자기 갱신이 이루어지고, 청소년시가 새롭게 대두되었으며(박성우 『난 빨강』, 이장근 『악어에게 물린 날』), 발랄한 상상력과 개성 있는 어법을 지닌 시인들(김륭, 김개미, 박일환 등)이 나타나고, ‘삶의 동시’를 복원하는 시인들(최종득, 민경정, 안학수, 정연철 등)이 등장하는 등 동시의 지형도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최근 몇 년 간 동시단의 흐름을 조목조목 집어내는 솜씨와 폭넓은 시야가 놀랍다.



이 책은 동시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펼치고 있어 창작자와 연구자는 물론이고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초등학교 교사와 학부모, 동시를 쓰려는 분들에게도 일독을 권할 만하다. 동시를 보는 안목을 키워 주고 동시 감상의 길잡이 역할까지 충실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hangbi Publishers

About the author

1958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학과와 서강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문학의 시대』 4집을 통해 소설가로,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하여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한국작가회의 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소위원회 위원, 한국 아동청소년문학학회 부회장, 계간 『창비어린이』 편집위원 등을 지냈다. 평론집 『어린이문학을 보는 시각』『우리 소설의 세상 읽기』와 소설집 『사랑으로 만든 집』『첫날밤의 고백』, 동화집 『궁금해서 못 참아』를 냈으며, 엮은 책으로 『한낙원 과학소설 선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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