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지난 삼십 년간…… 너를 위해 소림제자 일백 인은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혜인의 손을 움켜 쥔 자미노승의 두 손이 부르르 경련했다. 혜인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를 정시했다. 자미노승은 다시 두 눈을 스르르 감았다. 이어 그는 말할 수 없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혜인…… 너는…… 누구냐……?” 실내가 어두워졌다. 춤추던 유등의 불꽃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먹물처럼 번져 오는 어둠 속에서 혜인의 두 뺨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사백조님…… 소실봉을 벗어나는 그 순간부터…… 소림제자 혜인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미노승은 웃었다. “헛허…… 나 자미성불…… 이백 년 이상을 살았으나…… 오늘…… 가장 보람되도다…….” 혜인은 자미성불의 손에 힘이 풀려 나가는 것을 느끼자 가슴이 철렁했다. “사백조님……!” “석존께서 말씀하셨느니…… 내가 지옥에…… 들어가지…… 않으면…… 누가…… 들어가리…….” 갑자기 노승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혜인은 가슴이 철렁했다. “사백조님!” “…….” 아무 대답이 없다. 침묵은 죽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므로. 순간 한 소리 격렬한 울부짖음이 혜인의 입술을 꿰뚫고 터져 나왔다. “사백조님―!” 그 날 이후 자미성불과 혜인을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또한 소림의 조사동에 있었던 이 한 토막의 이야기가 장차 무림천하에 얼마나 무서운 피의 폭풍을 가져올지 짐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