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아무나 함부로 믿지 마.” 핏줄이 이어진 것도, 법적으로 얽힌 것도 아닌 두 가족의 결합. 그 속에서 권태하와 이견주는 그저 불편한 관계로 존재했다. 견주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였다. 적군이 아닌 아군으로서의 권태하.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상대가 내 편이라고 믿고 싶을 때가 있어요.” 반듯한 이목구비, 위압감이 느껴질 듯 훤칠한 키, 서늘한 첫인상만큼이나 차가운 남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너, 사람 웃기는 재주 있어. 보고 있으면 재밌기도 하고. 그러니까 오래 보면서 살아.” 무심함을 가장한 이 다정함은 뭘까.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간섭이 견고하게 쌓인 둘 사이의 벽을 조금씩 허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