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이기지 못할 사람이 하나 있다.
하얗고 예쁘던 어린 나의 짝꿍.
오래도록 나의 겨울로 남은 서은오.
처음 만나 친구 하자고 손 내민 것은 나.
겨울 방학식에서 몰래 나가자고 꼬드긴 것도 나.
망설이던 너를 혼자 보낸 것도, 나.
재벌가 도련님들 납치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나.
그런 나에게 기회가 왔다. 마음의 빚을 청산할 기회.
“나 방 한 칸만 내어 줘.”
“뻔뻔하네.”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친구냐, 너하고 내가?”
무작정 매달려 다시 옆자리를 얻었다.
지나치게, 너무 잘 자라 심장 떨리게 하는 은오의 옆에.
“나랑 다시 친구 해 주라.”
“…….”
“이번엔 절대로 너 혼자 안 보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