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결벽증이 있는 주현.
서울의 대학교에 합격하게 된 현진.
엄마들끼리의 합의(?)로, 두 사람은 집주인과 하숙생이 되어버렸다.
‘근데, 없었어… 어, 없었었다고…….’
현진이 왁싱남이란 걸 알게 된 이후 어이없게도 그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해외지사로 떠나버렸던 전 남친 연준이 돌아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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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하후하, 아직도 술 냄새 폴폴 나는 입김을 저어대며 주현은 방금의 상황을 되새겨 보았다.
‘뭐지? 방금 내가 본 게 뭐지?’
취중에 제 방인 줄 알고 샤워 중인 현진의 욕실을 급습했던 자체만도 충격인데, 한발 늦게 몸을 사린 현진 덕에 굳이 보지 않아도 될 것(?)이 기억에 남아버린 게 더 큰 충격이었다.
술기운에 시각적인 충격까지 더하니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주현은 그대로 멍해져 욕실 앞에 그만 널브러져 버렸다.
‘근데, 없었어… 어, 없었었다고…….’
있어야 할 것이 분명 없었다.
‘쟤 얼굴만 멀쩡하지, 실은 무모증 이런 거였나?’
“누나!”
“허억!”
“나 다 씻었어요. 이제 누나 들어가요.”
얼굴을 붉히며 혼자 불순한 생각 중이던 주현의 어깨를 툭 치며 현진이 말을 걸었다.
뜨거운 물 때문인지 저도 당황한 것인지 발개진 얼굴로 말을 거는 그와 차마 두 눈을 마주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뭐 보려고 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든 상황은 수습해야지 않을까.
그것도 연장자인 내가 먼저 나서서 뻘쭘하지 않게.
그래서 고심 끝에 튀어나온 한 마디는.
“나, 난 아무것도 못 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