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 보니 천재들만 다닌다는 ‘왕립 드리케 아카데미’. 귀족의 딸로 환생했다. 어차피 환생한 거 편하게 살고 싶은데 왜!!! 선생님. 제 적성은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서 뒹굴거리는 데 있다고요. 또다시 공부에 치일 수는 없지! 정령이라면…… 그래, 숨 쉬듯 마법을 쓰는 정령이라면? 나는 마나만 모으면 되는 거지. 마법은 정령이 쓸 테니까! 그러면 공부 안 해도 되잖아? 얼른 정령사가 되어 하루빨리 놀고먹을 것이다! 인생 2회차. 성격이 조금 삐딱한 걸 빼면 평범했던 여고생 진이 크로웰의 거침없는 대륙 탐방이 시작된다! “되는 일 없어도 나는 씨○ 나만의 길을 간다.” *** “어차피 인간은 다 죽어!” 혼자 태어나서 혼자 가는 거야! 그런데 사귀어서 뭐 하냐! 뒷말은 속으로 삼켰지만 그걸 놓칠 라이가 아니었다. 〔으……. 마스터는 그것도 문제예요. 대체 어디에서 튀어나온 발상인지는 몰라도요! 죽는 게 무서워서 소중한 사람을 만들지 않는 건 이상하다고요! 매번 그렇게 주변에 정을 주는 둥 마는 둥 하니까! 주변에서 붙어 있을 엄두를 쉽게 못 내잖아요! 그러니까 브라이트 같은 변태만 남죠!〕 “크윽.” 이 자식 나에 대해 너무 잘 알아…… 주인의 뼈를 가루로 만들 셈인가. 〔그리고 제가 모를 줄 아시나 본데……! 마스터는 외로움을 안 타는 것도 아니에요! 다 티 나거든요? 장수하는 놈들만 보면 눈 반짝거리는 거!〕 “……뭐! 그게 뭐! 그건 취향이야! 존중해!” 〔취향이 고약하다는 얘기를 하는 거잖아요! 죽는 걸 안 봐도 되는 놈들이라 호감이라니! 그런 놈들로 공허가 제대로 채워지겠어요!〕 “꼭 인간으로 채우라는 법 있냐!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오래 살길 바라는 게 뭐가 이상해! 정령이 좋은 이유 중 하나도 그거라고! 반드시 나보다 더 오래 살 테니까!” 내가 제카르나 샥에게 비교적 쉽게 마음을 열고, 그들의 곁으로 선뜻 다가선 건, 그들이 나보다 필연적으로 오래 살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에게 마음을 줘도 그들의 죽음을 볼 일은 없을 테니, 친해지기가 두렵지 않았다. 내 기준에 있어서 이토록 안심이 되는 관계도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수없이 많은 죽음을 봐 왔을 테니 내 죽음에도 그리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관계랄까. 〔떼잉! 말은 바로 하자고요! 좋아해서 오래 살길 바라는 게 아니라, 오래 살 놈 중에 가까이 둘 놈을 고르시는 거잖아요! 한 번도 아니고! 연달아 두 번이나 그러는데! 지켜보는 제 기분이 어떻겠어요!〕 “……그거야 내 알 바 아니고.” 〔이 망나니 마스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