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의 연정 2

· 금수의 연정 第 2 冊 · 텐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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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푼이 황녀도 쓸모가 있었구나.’


오직 황손을 낳기 위한 씨받이로 살다 죽느니,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낫다 생각하였다.


“살고 싶어요. 살고 싶습니다.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사실은 살고 싶었다.

아직 만나야 할 사람도 찾지 못했다.


“당연히 살아야지요.”


그 순간, 허공을 꿰뚫는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


“당신의 삶을 이리 만든 자들을 붙잡아 전부 지옥 불에 처넣을 때까지.”


어둠 속에서 사자의 목소리가 살기를 띠며 변해갔다.

그러나 유화가 뺨을 기댄 사내의 목덜미는 어미의 품처럼 포근했다.


이제 안전한 걸까? 이제 더는 누구도 의심치 않아도 되는 것일까?

그의 품에 안긴 채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 어떠한 근심 걱정도 들지 않았다.


“장군님과 동침하고 싶어요.”


그래서, 당신 같은 사내라면 처음을 내주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였다.


“남녀 사이에 정사를 뜻하는……,”

“예. 동침(同寢).”

“그것이 어떤 행위인진 알고 부탁하시는 겁니까?”

“……모르는 게 이상치 않나요?”


유화는 허탈하게 웃다, 그의 가슴을 꼭 붙잡고 말을 이었다.


“이 말도 기억하나요? 이 품 안이 가장 안전하다 하셨지요.”


유화는 손을 들어 비랑의 가슴에 얹었다.

단단한 살가죽을 뚫고 맥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러니 약조한 것을 지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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