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적 재미를 위하여 대사 내 규범 표기를 사용하지 않은 표현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런. 입을 맞춘 것도 벌써 잊다니. 마치 첫날밤을 보내고 소박맞은 계집이 된 기분이라 생소하구나.”
“어차피 농이실 거라 여겨서….”
“농이 아니라면?”
그가 한 행동에 의미를 두면 제 인생이 조각날 것 같았다.
독한 마비산의 냄새가 가득한 곳에서 사내가 그리 웃으니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손대서도, 손을 내밀어서도 안 되는 것.
백하에게 사내가 그러했다.
“…날이 저물기 전에 드실 수 있도록 산딸기를 따 오겠습니다.”
마비산의 기운이 사라져 가는지 사내가 깨물었던 입술이 조금씩 욱신거렸다.
“그래. 요즘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내 하루의 낙이 네가 곱게 두 손 받쳐 가지고 올 붉은 과실이란다.”
“나으리, 다녀오겠습니다.”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뒷걸음질 쳐 재빨리 방 안을 나섰다. 조금이라도 더 있다간 어떤 말을 들을지 몰라서 도망가는 것을 보며 사내가 웃음을 터트렸다.
“제 얼굴처럼 어찌나 곱고 예쁘게 가져다주는지.”
벌써 입맛이 돌았다.
저자 - 춈춈
촘촘 아닙니다. 춈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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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
미스터 악마. 술탄의 꽃. 안녕하세요, 선배님. 안녕하세요, 조교님. 신부님, 신부님. 다정한 마피아로 사는 법. 짐승이 우는 소리. 13일의 금요일. 사냥의 계절. 젖과 꿀이 흐르는. 백설공주를 탐하는 방법. 살갗을 깨물다. 그믐. 선생님, 여자 친구 예쁘네요. 홍콩 익스프레스. 완벽한 포식자. 뱀의 혀. 육식의 맛. 죄악의 열매. 목줄. 반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