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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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가 아니게 하고 너도 네가 아니게 하자.

우리 거기서 만나자”

‘오해’라는 외투를 천겹 만겹 껴입은 시인 ‘않아’, 

‘한국시의 최전선’ 김혜순 시세계의 가이드가 되어줄 179편의 시산문으로 태어나다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시나 산문이 아닌 장르 중간의 글로서 김혜순 시인이 발명한 ‘시산문’이라는 명칭은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이후 덜 낯선 용어가 된 듯하다. 시의 나라를 그리워하며 쓴 마이너스 시, 마이너스 산문들. 이 작품들을 연재할 당시 시인은 ‘쪼다’라는 필명을 쓰고 독자에게 자신을 짐작하지 말아달라 당부했다. 그렇게 ‘않아’라는, 도저한 부정정신이 담긴 화자를 전면에 내세워 써내려갔다. 요컨대 김혜순 시인이 이름도 장르도 벗었을 때 어떤 글들이 태어나는가가 이 책에 담긴 것이다. 


여성으로 태어나 시를 쓰고 시쓰기를 가르치는 선생이기도 한 ‘않아’, 그가 사는 나라의 이름은 ‘애록(AEROK)’이다. ‘KOREA’를 뒤집어 쓴, 불안과 고독과 권태로 그득한 그곳은 “정치가가 트럭 연설대에서 연설을 한다./

정치가의 머리 위에는 그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다./ 제 이름을 적어놓느라 우리의 하늘과 벽을 제일 많이 더럽히는 사람들이다./

제 이름을 외치느라 우리에게 제일 많은 소음 공해를 일으키는 사람들이다./

우리에게 구걸하고서는 곧 우리를 억압한다.”(「비굴의 장르」) 제도와 의례의 부조리와 폭력성으로 팽창해 있고 도처에는 아픈 죽음들이 스며 있다. “이 나라는 부끄러운 나라야./ 부끄러울까봐 부끄러운 짓을 하는 나라야”(「KAL」)라는 구절은 낯설지 않아 더 씁쓸하게 박힌다. 그런 애록에는 이제 “시는 사라지고 넘치는 센티멘털과 포즈가 남았다./ 시는 사라지고 시의 효용, 시의 쓰임, 시의 이용만 남았다./ 시는 사라지고 시인 되기 프로젝트 가동만 남았다.”(「사라지는 장르」) 않아는 주로 ‘마녀형 여성시인’으로 분류된다. “무녀형 여성시인, 창녀형 여성시인, 소녀형 여성시인” 등등이 있다. “여성을 여성의 언어로 말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않아는 생각한다. “여성의 언어가 따로 없으니까. 남성시인들이 쓰는 언어를 그대로 가져다가 요리조리 회를 떠서 사용해야 하니까. 익힌 것을 날것으로 되돌리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 그러기에 여성시인은 늘 새로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시를 시 장르의 확산에 바쳐야 한다.”(「마녀형 시인」) 이렇듯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는 오해받는 장르를 쓰는 오해받는 존재로서 않아가 남긴 어록이자 이 세계에 대한 투쟁의 기록이다.

“인간적이고, 정상인이고, 현대인이고, 애록인이라는 층위에서 뛰어내려보려고” 않아가 선택한 ‘쓰기’란, ‘시’란 무엇일까. “각자의 우주에 각자가 있으려고./ 영혼이 되려고”(「언젠가 이 의인화를 버릴 거야」) 하는 일에 정의가 있을 수 있을까. 다 말할 수 없고 불완전하고 비밀스럽기도 한 것들에 대해 써내려간 않아의 ‘읊조리는 산문, 중얼거리는 시’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김혜순 시인의 문학관과 세계관이 짐작 가는 바이다. 

About the author

1979년 『문학과지성』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또 다른 별에서』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어느 별의 지옥』 『우리들의 음화』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불쌍한 사랑 기계』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 『한 잔의 붉은 거울』 『당신의 첫』 『슬픔치약 거울크림』 『피어라 돼지』 『죽음의 자서전』 『날개 환상통』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시산문집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산문집 『여자짐승아시아하기』, 시론집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여성, 시하다』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소월시문학상, 올해의 문학상,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그리핀 시문학상, 스웨덴 시카다상, 삼성호암상 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 명예교수다.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SAIC에서 파인아트 BFA, MFA 과정을 마쳤다. 한국, 일본, 대만, 미국,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뉴욕, 고양, 난지 등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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