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많을수록 좋다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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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30,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보듬어온 작가 김중미가 펼쳐내는,

함께 버티는 삶의 아름다움

괭이부리말은 인천 만석동에 있는 빈민 지역의 다른 이름이다. 청년 김중미는 스물넷에 이 가난한 동네로 들어가, 공부방을 차리고 정착했다. 괭이부리말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보살피고 공동체적 삶을 가꾸며 산 지 10년이 되었을 때, 그간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썼다. “아직도 그렇게 가난한 동네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김중미는 작가가 되었고, 괭이부리말은 이후 작가 김중미가 쏟아 낸 숱한 이야기의 산실이 되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후에도 지금까지 작가는 계속 괭이부리말을 지켜 왔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위로를 주기 위해 강화의 시골로 이사한 뒤에도 강화와 만석동을 사흘이 멀다 하고 오가며 지낸다. 그렇게 산 세월이 올해로 꼭 30년째다. 작가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소설의 형식을 빌리지 않고, 자기 목소리 그대로 책에 담았다.『꽃은 많을수록 좋다』는 만석동에 들어간 뒤부터 지금까지 작가가 아이들과 함께하며 겪었던, “하루하루가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과도 같았던 그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 쉽지 않은 시간을 버텨 오며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모아 정리한 책이다.

작가는 “1987년 만석동에 들어와 기찻길옆아가방을 시작한 그 처음부터 1988년 기찻길옆공부방으로, 2001년 다시 기찻길옆작은학교로 바꾼 이야기,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이야기, 교육 이야기, 가난 이야기, 2001년부터 시작된 강화도 농촌 생활까지” 가감 없이 펼쳐 낸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이유, 공동체의 꿈,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 등 세상을 향한 메시지도 빼곡히 담았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쓰지 않고 오직 직접 경험하고 실천한 일들만 간추린 글이기에 더욱 큰 울림을 준다. 3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통해 작가가 확신하게 된 것, 그래서 세상에 널리 퍼트리고 싶은 메시지는 간명하다.

함께 살아가는 삶이 더 행복하다. 그러니, 함께 가자.

공부방을 열고 공동체를 이루기까지,

사람 향기 가득한 인생을 되돌아보다

“왜 하필 가난한 동네로 들어갔나요?”

작가 김중미를 늘 따라다니는 질문이다. 작가는 숱하게 받았던 이 질문에 좀 더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젊은 나이에 만석동에 간 이유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맞닥뜨린 한국 사회의 현실, 청소년기의 유일한 위안이었던 문학, 풍족하지 않았던 경제 환경 등 여러 요소를 꼽으면서, 사실 처음에는 도시 빈민을 선택했다는 우쭐거림과 과도한 책임감도 뒤섞여 있었다고 고백한다.

시작은 그러했지만, 한번 들어간 괭이부리말에서 계속 살도록 작가를 붙잡은 것은 아이들이었다. 학교 시험지를 들고 와서 “학습 부진아용이 뭐예요?”라고 묻던 아이들, 주워 온 은행잎으로 벽을 꾸미고는 “밖에 겨울이 와도, 우리 공부방은 내내 가을이다요.”라며 좋아하던 아이들이 괭이부리말에 있었고, 작가는 차마 이 가난하고 천진한 아이들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1987년에 시작한 ‘기찻길옆아가방’은 동네 아이들의 요청에 따라 1988년 ‘기찻길옆공부방’이 되었고, 작가는 ‘공부방 이모’가 되어 많은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만석동에는 “부모의 폭력을 피해 뛰어올 곳이, 삶을 포기하기 직전 떠오르는 곳이 공부방밖에 없는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이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도록 작가는 늘 공부방 문을 열어 놓고 살았다.

내가 상담소 갔다가 학교에 돌아가서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 담임 선생님이 쉬는 시간마다 신문지 장을줬어. 그러면 나는 신문지를 뭉쳐 쉬는 시간 내내 유리창을 닦는 거야. 점심을 먹고 나서도 나는 창문에 매달려 유리창을 닦았어. 왜냐고? 쉬는 시간에 사고 칠까 그런 거지. 나를 위험한 인물로 보는 선생님들의 시선, 나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의 시선을 견디는 얼마나 힘든지 이모들은 몰라. 근데 그거 견뎌 냈어.걱정 .”(48)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은 작가가 만석동 주민으로 뿌리내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작가는 공부방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해, 판자와 슬레이트로 지어 한뎃집과 다름없던 비좁은 공부방 안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여기서 살려면, 네 자식도 빈민으로 만들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걱정스러운 충고를 들으면서도, 기꺼이 각오를 다지며 두 딸을 낳아 키웠다. 두 아이의 어미가 되자 비로소 만석동 주민들은 작가를 동네 사람으로 받아들여 주었다.

우리 집은 워낙 허술해 쥐가 드나드는 구멍이 많았다. 첫아이를 낳고 젖을 먹이다가 냉장고 탁자 아래서 분홍빛 생쥐에게 젖을 먹이던 어미 쥐와 눈이 마주쳤다.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105~106)

공부방도, 정착도, 육아도 어느 것 하나 만만하지 않았지만, 작가는 그 시간을 두고 기꺼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고 회상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희망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고, 도반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방을 꾸리면서 작가는 공동체에 대한 꿈을 계속 키웠다. 1990년대 초부터 한국 사회의 많은 이들이 공동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벤포스타, 몬드라곤 등 세계 각지에서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가 소개되었다. 작가는 이런 사례들을 살펴보며 공부방 사람들과 함께 만석동에서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논의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자본주의 사회를 살되, 물질주의에 현혹되지 않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연대하며 자발적인 가난을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자고 다짐했다.

작가는 여전히 공동체로 살아가면서 공동체를 꿈꾸지만, 그것이 완성되어야 할 무엇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번도 완성된 적이 없는, 불완전하고 모자란 많은 어설픈 공동체다. 우리는 취약한 대로 힘없고약한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들과 손잡고 가는 공동체로 살아갈 작정이다.(372)

가난한 이웃에 대한 깊은 이해,

나눌 있어서 행복한

작가가 데뷔작인『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쓴 것은 아이엠에프 시절을 거치며 더욱 피폐해진 세상에 “가난한 내 이웃을 변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은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작가의 문제의식도 여전히 변함없다. 빈민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작가는 가난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졌다. 세상이 가난한 이들에게 얼마나 무심하며, 때로 얼마나 크게 오해하고 있는지도 잘 안다. 작가는 힘 있는 사람들은 잘못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아이들, 돈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임을 일찌감치 깨우친 아이들을 아프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가난한 아이들의 “뒷배가 되어 주지 못하는” 교육 현실을 고민하고, 가난을 오로지 개인의 무능과 게으름 탓으로만 돌리는 사회, 가난한 이에게 상황을 개선할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를 비판한다.

작가는 일상에 뿌리내린 폭력과 이기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힘없고 가난한 채로 그에 맞서는 용감한 이들을 보여준다. 또 부족하기에 나눌 수 있어 더 행복하다는 인생의 역설도,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근이영양증을 앓던 아들을 먼저 보내야 했던 재식이 엄마는 아들의 장례를 치르고 날에도 부엌에서 굴을 깠다. 누구는 돈에 미쳤다며 손가락질을 하고, 누구는 독한 년이라며 혀를 찼지만 재식이 엄마가 슬픔을쏟아낼 자리는 골목으로 부엌 쪽문 , 좁은 자리뿐이었다. 남은 생을 아들 없이 살아 내야만 하는 재식이 엄마는 아직도 자리를 떠나지 않은 쉬지 않고 일을 한다. 나는 재식이 엄마와 그를 닮은 만석동 사람들을 보며 그들이 내는 삶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뿌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330~331)

연대와 평화의 ,

기찻길옆작은학교는 무엇이 다른가

작가를 비롯해 기찻길옆작은학교의 여러 자원 교사들은 아이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보듬고, 숨겨진 재능을 발굴하며, 세상에서 당당히 살아갈 용기를 심어 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30년 동안 쌓인 다양한 노하우와 철학, 독특한 프로그램들은 이제 방과후학교를 넘어 대안 학교 설립을 제안받을 만큼 탄탄해졌다.

작가는 이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면서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함께 담는다. 가슴에 맺힌 것을 풀어내는 ‘똥 싸기 글쓰기’, 정성 어린 보살핌을 받으며 잠드는 ‘함께 자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여름 캠핑, 춘천인형극제에서 아이들에게 대상의 기쁨을 선사했던 인형극 등 공부방의 일 년은 정신없이 흐르고,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들은 훌쩍 자란다.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배우고, 번거롭고 느리더라도 평화를 지키는 법을 익힌다.

이 많은 프로그램과 활동들의 목표는 아이들을 남보다 앞서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다. 빈민 지역에서 오랫동안 공부방을 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가난을 딛고 일어나 보란 듯이 성공한 인물 이야기를 기대한다. 작가는 세상이 원하는 그 흔한 ‘성공 스토리’ 하나 만들지 못했다면서도, 성공이니 1등이니 하는 것은 애초부터 공부방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었다고 단호히 말한다.

우리는 가난한 아이들이 가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자라, 개천에서 되는 것을원하지 않는다. 나와 우리 공동체가 바라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노동자로, 혹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 일을 통해 가정을 꾸리고, 자신의 노후를 준비해 있는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노동자로서 권리를 당당히 요구할 알고, 자신이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186~187)

책에는 공부방 아이들의 다양한 활동 모습이 담긴 다채로운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다. 아이들의 밝고 천진하고, 때로 진지한 표정은 그 자체로 공부방의 존재 이유를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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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 (金重美)Kim, Jung-mi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20대 시절인 1987년 인천의 가난한 마을 만석동에 ‘기찻길옆공부방’을 열고 정착했다. 2001년 강화의 시골로 이사한 뒤 강화에도 공부방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강화와 만석동을 오가며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프로그램이 문화 예술 활동으로 확장되면서 공부방 이름을 ‘기찻길옆작은학교’로 바꾸었다. 2000년 가난한 아이들과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지은 책으로 동화 『종이밥』 『내 동생 아영이』 『똥바다에 게가 산다』, 청소년소설 『모두 깜언』 『조커와 나』, 그림책 『6번길을 지켜라 뚝딱』 『모여라! 유랑인형극단!』, 문정현 신부의 삶을 기록한 『다시 길을 떠나다』 등이 있다

In addition to being the author of this national bestseller and one of the foremost producers of works for young readers, Kim Jung-mi lived with and has participated in social activism for the urban poor for over 15 years. Currently living on an island near Seoul to create an agrarian community, she continues to write stories about children who keep their spirits up despite pove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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