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모든 걸 다 놔버릴 때가 되어서야 깨닫다니. “이혼해요. 우리.” 민주의 목소리가 진공에 갇힌 낙엽처럼 공중에 걸렸다. 진즉에 이 말을 건넸어야 했다. 결혼하고 2년이 흐르는 동안, 민주는 그와의 결혼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만 해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는데…… 그녀가 얼마나 어리석은 고집을 부렸는지, 할아버지가 조심스레 이 결혼을 말릴 때부터 알았어야 했는데 그걸 모르고 너무 나댔다. “…….” 잠시 먹물 같은 침묵이 번져 나갔다. 태준은 신화 속 견고한 대리석 동상처럼 그의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어렵게 꺼낸 말인데. 정말, 정말 어렵게 꺼낸 말인데 그는 무참할 만큼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녀가 1년 가까이 고민하고 숙성시켜 꺼낸 말이 성가신 하루살이처럼 그의 손가락에 톡, 튕기는 느낌이었다. 중량감 있는 태준의 몸에서 백색 한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