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파혼해요.”“파혼?”
“오 년이나 무의미하게 지냈잖아요.”
이태건. 그는 예은이 처음 만났던 오 년 전과는 너무도 다른, 낯선 남자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만은 그대로였다.
냉랭함과 어두움이 가라앉은 시선.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무의미라……. 좋아. 그럼 이제부터 의미 있게 지내 볼까?”
“무슨 뜻이죠?”
“결혼을 진행하도록 하자.”
오 년 동안 희생을 강요당하며 기다려 준 약혼녀에게 웃어 주지 않는 남자.
그러면서도 여전히 약혼반지를 끼고 있는 남자.
그는 아주 나쁜 약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