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장엄한 일월오봉도(一月五峰圖) 앞에 우뚝 서 있는 전하의 용안에 미소가 번졌다. “내 그대를 하나밖에 없는 짐의 누이와 짝지어 주려 하네.” 용의 미소가 벼락이 되어 헌을 강타했다. 여기서 입을 함부로 놀렸다간 뼈도 못 추린다. 헌은 무조건 대전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어허, 감히 내 명을 거역할 텐가?” 전하의 노기가 대전을 쩌렁쩌렁 울렸다. “전하! 신을 죽여주시옵소서.” 노총각 장가보내준다는데 뭣이 어쩌고 어째? 임금은 코웃음을 쳤다. “좋다. 죽일 때 죽이더라고 그리 싫은 이유나 들어보세.” 겨우 노기를 누그러뜨린 채 임금이 헌을 향해 물었다. “소신은 이미 혼인을 약조한 이가 있습니다.” 일편단심.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내 사랑은 그녀 뿐. “이런 무엄한지고! 이 내관! 어서 가서 공주를 데려오라.” 분기탱천한 임금이 헌의 목을 내칠 기세로 용상에서 내려왔다. “이제 그대의 목숨은 공주의 손에 달렸다.” 전하의 입매가 뒤틀렸다. “전하, 공주마마 드시옵니다.” 문이 열리며 사뿐사뿐 걸어오는 공주의 발소리가 들렸다. 헌은 그녀의 치맛자락만 노려보며 한숨을 쉬었다. 김정미의 로맨스 장편 소설 『내 사랑 암행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