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세상으로 쫓겨난 겨을은 하찮은 우렁이의 모습으로 변하게 되고, 다시 하늘로 돌아가려면 인간에게 주워져 그의 우렁이가 되어 그의 살림을 도와주며 그의 입에서 ‘덕분에 잘 살게 되었다’는 말을 들어야만 한다.
우렁이로 변한 겨을을 주워간 사내는 산중에 혼자 사는 수상하기 짝이 없는 사내.
어쨌든 주워지긴 했다.
수순대로 그 사내는 겨을을 항아리 안에 넣어뒀고, 사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겨을은 정석대로 집안 일을 시작한다.
일단 밥 짓기.
“퉤! 이게 사람 먹으라고 지은 밥이냐?!”
그러나 겨을이 지은 밥을 먹은 사내는 오만상을 찡그리고 밥을 다 뱉어버린다.
안되겠다.
밥이 안 되면 빨래.
사내가 없는 사이에 열심히 빨래를 한 겨을.
“내 옷이 왜 다 찢어졌지? 게다가 바지는 또 어디 갔단 말이냐!”
빨래를 하다가 몇 개는 물에 떠내려가고 몇 개는 찢어먹었다.
“게다가 얼룩이 더 묻었는데?!”
빨래를 해 봤어야지.
그러면 방에 군불을 피워 놓자.
“부, 부, 불이야!”
그러나 군불을 지피려다 그만 집에 불을 낸 겨을.
“이제 그만 사라져주면 안 되겠어? 딴 집으로 가든가.”
이 사내, 겨을이 영 달갑잖다.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이 달갑잖은 우렁이를 사내는 기어이 내쫓으려고 하고.
처음 주운 사내가 저를 버리면 겨을은 영영 하늘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그럼, 임시로 색시가 되어드릴까요?”
그래. 쓸모가 없다면 색시가 되어 주면 되지 않겠는가.
물론 달갑지 않겠지만, 그래도 저 아니면 누가 이런 인간의 색시가 되어 주겠는가.
달갑잖은 신부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