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외골수. “치마 입었네요. 그땐 바지만 입었던 것 같은데.” 단둘만 남게 된 공간. 적막함만이 감돌았다. 테이블 위에는 손도 대지 않은 고급 양주와 안주 그리고 두 개의 술잔이 놓여 있었다. “계속 그렇게 서 있을 거 아니면 이리 와서 앉아요.” “…….” “목걸이를 돌려주려고 여기까지 왔으면 좀 더 가까이 와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그녀는 그를 향해 걸어갔다. 희미한 조명 아래 가려 있던 그의 모습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경은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재열을 바라보았다. 잘생긴 얼굴은 그대로였지만 잊고 지냈던 시간 속에서 그는 훨씬 매력 있고 성숙한 남자가 되어 있었다. “가까이에서 본 감상이 어때요. 예전보다 더 나아진 것 같아요?” 재열의 입술이 비스듬히 말렸다. “그런데 어쩌죠. 선생님은 많이 늙었네요. 관리 좀 받지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