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강추!〉콱 목이 막혀 연우는 창밖으로 눈을 돌린 채 한참을 뻑뻑해진 눈을 깜빡였다. “있는 동안만큼은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없었으면 해. 너 이렇게 화내는 거 싫어. 여전히 난 네가 내 친구였으면 좋겠고, 여전히 난 너한테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너 나한테 좋은 사람 아냐. 너 처음도, 지금도 쭉 좋은 여자였지, 좋은 사람 아니었어. 앞으로도 넌 여자이지 남들과 똑같은 기준에 서는 그런 사람 아냐.” 확신에 찬 말투에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찬영은 쐐기를 박듯 속삭였다. “이연우는 내가 여전히 갖고 싶은 여자야.” “지금도 내가 여자로 보이니?” “처음엔 오기였어. 날 버리고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지 확인하려던 거였는데, 막상 널 보니까 그게 아니었더라. 미친놈처럼 공부를 하고 일을 배우던 게 너한테 잘난 체를 하고 싶어서였어. 이거 봐라, 나 이만큼 잘나졌다. 이연우, 너 후회하지? 날 놓친 걸 후회하지? 널 만나면 그렇게 소리를 질러 주고 싶었던 거였어.” 동창회에 가서 그를 만났던 몇 달 전을 떠올리며 연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왜 하지 못한 거야?” “마음이 바뀌었으니까. 멋지게 널 차 버릴 생각이었는데, 또다시 이연우한테 매달리고 싶어졌으니까. 난 아직도 이연우한테 사로잡힌 놈이니까.” 서정윤의 로맨스 장편 소설 『당신을 사랑한다는 건 (무삭제증보판)』 제 1권.